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증권사 내부 물량이 동원되는 '캡티브 영업'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금융감독원이 집중검사에 나섰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한 캡티브 영업 실태 검사를 마무리 짓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검사를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의 관행 전반에 대한 구조적 점검에 나섰다는 관측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회사채 '캡티브 영업' 관련 현장검사에 돌입했다. 캡티브 영업은 증권사가 계열 금융사나 타부서 동원을 약속하는 것으로, 일종의 영업 관행으로 꼽힌다.
캡티브 영업으로 인한 금리 왜곡 우려가 심화되면서 금감원이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캡티브 영업을 위한 수요예측 개입 가능성, 금리 왜곡 등에 대한 실태 점검이 주요 목적이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에 발행사 입찰제안서(RFP), 실제 제출한 제안서, 내부 수요예측 참여 현황 등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기자들과 만나 "올 상반기 검사 역량을 집중해 캡티브 영업과 관련된 문제점을 밝혀 채권시장 내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캡티브 영업이 성행하면서 최근 발행사 측에서 먼저 캡티브 물량 계획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수요예측 참여 가능 물량을 사전에 제안서에 명시하는 과정에서 캡티브 기여분을 강조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러한 사항을 인지하고, 제안서 내용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점검의 핵심 타깃으로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지목하고 있다. 대표적인 채권발행시장(DCM) 상위권 증권사로, 리그테이블 순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조직적으로 캡티브 수요를 동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날부터 현장검사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대 규모의 발행어음 잔액을 보유하고 있어 회사채 투자 여력도 크다는 평가다.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내부 채권운용 북이 상대적으로 작아 실질 투자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금감원 검사는 수요예측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계열사 및 자기자본(PI) 물량으로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규제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지만, IB 부서 외 타 부서 참여나 고의적 수요 과대 제출은 문제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다. 일부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남기기보다 리그테이블 실적을 높이기 위한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캡티브 수요가 실제 채권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행 확정금리와 발행 후 유통금리 간 괴리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 시 확정금리와 유통금리 간 괴리가 커지면서 공제회·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발행물량을 받아가지 않는 구조가 됐다"며"고 밝혔다.
특히 최근 IMA(종합투자계좌) 도입 등으로 증권사들의 모험자본 투자가 장려되는 상황에서, 내부 자금 운용 비중은 점점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점검을 통해 증권사는 물론, 발행사도 캡티브 관행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리그테이블 순위 중심의 영업도 구조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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