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식 고갈 신대양제지, 노골적 '상폐' 움직임?
권택환 개인社 매수로 거래 주식수 12% 남짓…'옥상옥' 승계·과실 독식 기대효과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1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택환 신대양제지 부회장. (제공=SK C&C)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골판지 제조사인 신대양제지가 유통주식수를 줄이면서 상장폐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착수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신대양제지가 코스피(유가증권) 상장사임에도 최대주주 중심의 폐쇄적인 조직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경영권 승계 이슈가 맞물려 있는 만큼 외부 주주의 간섭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 오너2세 개인 회사, 머스트자산운용 보유 주식 105억어치 매입키로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대양제지 주요 주주인 신대한판지는 내달 9일부터 7월8일까지 약 한달간 머스트자산운용이 보유한 신대양제지 141만8792주(3.52%)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수할 계획이다. 취득단가는 주당 7340원이며, 총 거래규모는 105억원 상당이다.


신대한판지의 신대양제지 지분율은 딜클로징(거래종결) 이후 종전 10.26%에서 13.78%로 늘어나게 된다. 머스트자산운용의 경우 5% 이상 지분 공시 대상이 아닌 만큼 신대양제지 주식 취득 시점이나 취득가액 등을 특정할 수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신대한판지가 오너 2세 개인회사라는 점이다. 신대양제지에서 생산한 골판지를 활용해 상자 등을 제조할 목적으로 1991년 설립된 신대한판지는 권혁홍 회장(창업주) 장남인 권택환 신대양제지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다. 또 권 부회장 동생인 권지혜 신대양제지 재무임원(부사장)과 권우정 신대양제지 전략기획실장(부사장)이 각각 사내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비(非)오너로는 여병현 전 대영포장 영업이사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신대한판지의 현재 최대주주는 지분율 50.5%의 신대한인쇄이고, 권 부회장과 권우정 부사장이 잔여 지분을 나눠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신대한판지 최대주주는 2015년 말 기준 신대양제지(84.16%)였으며, 권 부회장은 3.76%를 보유한 4대주주였다. 하지만 2016년 신대한인쇄와 태성산업 등이 설립되면서 계열사 간 지분 변동이 발생했고, 수 차례 주요 주주 변경을 거쳤다. 


신대한인쇄는 권 부회장과 특수관계자가 지분 100%를 들고 있다. 다시 말해 오너 2세들이 신대한인쇄를 통해 신대한판지까지 거느리고 있는 지배구조인 것이다. 오너일가가 거둬들이는 머스트자산운용 보유분이 다시 장내에 풀릴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다.


◆ 거래량 미미…지배주주 등 지분율 95% 이상이면 자진 상폐


신대한판지는 이번 주식 매입 목적을 '지분 확대를 통한 지배력 강화'라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권 회장 일가가 신대양제지 지분 57.08%를 보유 중인 데다, 자사주(26.67%)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지분율은 83.75%라는 이유에서다. 신대한판지가 추가 매입하는 머스트자산운용 보유분까지 포함하면 권 회장 측의 신대양제지 지분율은 87.27%로 불어나며, 소액주주 지분율은 약 12.73%로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신대양제지의 유통주식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실질적인 거래량도 위축됐다는 점이다. 신대양제지의 지난달 상장주식 회전율은 1.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주식 회전율 평균값인 17.9%보다 무려 16.2%포인트(p)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일정 기간의 거래량을 상장주식수로 나눈 값으로, 회전율이 낮을수록 투자자들의 손바뀜이 적다는 점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신대한판지의 자금력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신대한판지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94억원에 그쳤다. 머스트자산운용에 지급해야 할 대금이 약 10억원 가량 부족한 상황으로, 외부에서 끌어올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신대양제지가 노골적으로 상장폐지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 회사가 2023년부터 자사주를 공격적으로 매입했다는 점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자사주 소각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코스피 상장사가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려면 지배주주와 자사주 등을 모두 더한 지분율이 95% 이상이어야 한다.


신대양제지 오너일가가 직접 주식 매수를 하지 않는 배경으로는 자금 부담이 꼽히고 있다. 공개매수 등의 방안은 대주주가 직접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반면, 자사주 매입은 회사가 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단순 계산으로 신대양제지는 약 8% 수준의 주식만 더 확보하면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게 되는데, 19일 종가 기준 264억원 상당이다. 이 회사의 현금성자산(1분기 말)은 1753억원으로 여력은 충분하다.


◆ 2세 승계 과정서 개인회사 활용, 현금 유출 최소화…사측 "검토 안 해"


신대양제지는 골판지 업계에서도 후진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너일가 전원이 사내이사를 맡고 있을 뿐더러 사외이사가 감시·견제 역할에 소홀해서다. 상장폐지가 이뤄질 경우 주가 관리 리스크가 해소는 물론, 회사의 성과를 독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신대양제지는 권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 작업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권 부회장이 대권을 넘겨 받기 위해서는 지분 정리를 마쳐야 한다. 정공법은 신대양제지 최대주주인 권 회장(17.23%)으로부터 주식을 증여 받는 것이다. 하지만 현 주가로 추산할 때 권 부회장은 약 340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만약 신대한판지가 신대양제지 주식을 계속해서 사모을 경우 최소 세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권 부회장→신대한판지→신대양제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그릴 수 있고, 오너 개인돈을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유통주식수 부족에 따라 비상장사로 전환되면 제왕적인 지배력도 행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신대한판지의 신대양제지 주식 매입 계획은 공시된 내용 외에 언급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상장폐지와 관련해 검토 중인 사안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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