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오른 IPO 주관사
발생사·FI와 의견 조율…합리적 전략 수립 '난항'
③락업기간·기업 밸류 '절충안' 마련…시장 평가 엇갈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22일 06시 2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말 '파두 사태'를 시작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상장된 지 불과 1년도 안 돼 기업의 실적이 급격히 부진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거나 공모가 대비 주가가 크게 하회하는 사례가 빈번한 탓이다. 특히 더본코리아 등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혔던 기업들이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상장 업무를 주관한 증권사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도마 위에 오른 증권사의 IPO 주관 역량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에 IPO 흥행 만큼 중요한 건 상장 후 주관 발행사의 주가다. 이를 위해 주주의 보호예수 기간을 장기화하는 등 보다 유리한 상장 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필요한 재무적투자자(FI)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전략 수립과 관련해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게 증권업계의 하소연이다. 결국 이해관계자들과의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주관사가 제대로 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5월 중순 현재까지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총 24곳이다. 모든 기업이 벤처금융 등 전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했는데 그 규모가 큰 경우 공모 전 기준 투자자 지분이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공=한국거래소)

미래에셋증권 주관으로 올해 1호 상장사가 된 미트박스글로벌이 대표적이다. 알토스벤처스, 스톤브릿지벤처스, IMM인베스트먼트 등이 운용하는 벤처펀드의 지분율이 57.72%를 차지했다. 이들은 보유한 지분 일부에 자발적 보호예수로 최장 3개월의 의무보유기간을 설정했지만 보호 물량은 말 그대로 '일부'에 그쳤다.


이러한 지분구조 탓에 상장 1개월 뒤 유통 가능한 지분은 56.19%라는 계산이 나왔고 미트박스글로벌의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밴드 하단인 1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상장 후에도 오버행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았고 주가는 공모가 대비 절반 가까이 하락해 부진을 계속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함께 주관했던 대진첨단소재도 오버행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공모 전 벤처캐피탈 및 전문투자자 지분이 62.28%를 차지하고 있었고 공모 후 1개월 뒤 유통 가능 물량은 71.78%에 달했다. 하지만 공모가를 밴드 하단보다 아래인 9000원으로 확정하며 상장 후에도 선방한 주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진첨단소재 주가(21일 종가 기준)는 1만680원으로 공모가 대비 높다.


두 발행사의 아쉬운 수요예측 결과를 초래한 오버행 우려는 기대만큼의 투자수익을 확보하려는 FI의 이해관계에서 기인한 것이다. FI의 보호예수 기간이 길수록 발행사의 성장가능성을 보증할 수 있지만 기대보다 주가가 하락하면 보호예수에 묶여 투자금 회수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를 배려한 자본시장법은 FI의 지분 의무보유를 1개월만 강제하고 있다. 상장 1개월 이후의 보호예수는 말 그대로 '자발적'으로 설정하는 것이라 보호기간이 길어질수록 주관사와 발행사의 더 많은 설득이 요구된다.


기업가치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도 주관사 입장에서 부담이다. 양호한 주가 흐름을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적정수준으로 평가할수록 유리하지만 공모자금 극대화를 원하는 발행사, 투자 수익 극대화를 원하는 FI는 더 높은 기업가치를 원하기 때문이다.


일부 상장 기업의 주가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주관사의 상장 전략이 이러한 이해당사가 간 입장차를 조율하며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렇듯 주관사는 투자자와 발행사 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기업과 투자자는 보다 많은 공모자금 유치, 보다 많은 투자수익 확보를 원하지만 IPO의 완주를 위해 주관사는 보수적인 상장 전략 수립이 불가피하다. 결국 상반된 전략 속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흥행을 위해 공모가 및 기업가치 평가는 보수적으로 접근할수록 유리하지만 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자의 수익 실현도 중요해 주관사 입장에서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와 같이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선 기업의 수요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까지 다방면의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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