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8년 만 빅딜에도…주주들 "반도체 M&A 필요해"
주주 반응 '의구심'… "반도체 시너지 글쎄"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18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사진 = 뉴스1)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삼성전자가 8년 만의 침묵을 깨고 조(兆)단위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과 시너지가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공조 시스템 구축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반도체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유럽 최대 공조 기업인 '플랙트(Plaekt)'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2조3000억원으로, 이는 하만 인수 이후 8년 만에 이뤄진 조단위 M&A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다양한 시설에 공조 설비를 공급해온 업체로,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인수에 대해 주주들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공조 사업과 반도체 부문 간 직접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의문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M&A가 발표된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종가는 5만7400원으로 전일(5만6900원) 대비 상승했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가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M&A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보이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던 만큼 이번 결정에 대한 주주들의 의문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 주주는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니 공조 사업으로 방향을 튼 것 아닌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주는 "반도체가 아닌 가전 사업을 확장해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을 노리는 것 같다. 그러나 반도체와 큰 시너지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이번 M&A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본업인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의 공조 사업을 염두에 두고 M&A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반도체 등 주력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시장의 의구심이 크다. 주가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도 "세트 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M&A 계획으로 파악된다"며 "가장 급한 분야가 반도체 사업인 만큼 유의미한 행보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이후 최근 2년간 로봇과 AI 분야에서 소규모 인수를 이어왔다. 대표적으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개인화 AI 스타트업 옥스퍼드시맨틱테크놀로지스, 의료 AI를 주력으로 하는 소니오(Sonio)다. 그러나 주력 사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아우르는 AI 기업에 대한 대형 M&A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영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ARM, 네덜란드의 전장 반도체 기업 NXP 등이 잠재적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자 삼성전자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실제로 성사된 거래는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M&A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 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부진을 겪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나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M&A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도체가 전략 물자로서 중요성이 커진 데다 미중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M&A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인수하려 할 경우, 국가 간 이해관계에 따라 각국 정부의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정기 주총에서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인수 승인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르기에 대형 M&A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도체 기업 관련 M&A 계획에 대해 묻자,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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