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이유 있는 정석기업 재투자
오너家 2021년 판 주식, 지주사가 회수…상징성↑, 본격적 외형성장 고삐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6일 16시 0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정석기업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이 정석기업 주식 되찾기에 나섰다. 독특한 점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직접 움직이는 대신, 지주사 한진칼을 활용하기로 한 점이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정석기업의 외형 성장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애초 정석기업이 오너가의 현금 창구 역할을 수행해 온 데다, 그룹 내 상징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은 정석기업 주식 15만469주를 주당 34만6000원, 총 521억원에 장외매수할 계획이다. 거래일은 오는 6월16일이며, 거래 종결 후 한진칼의 정석기업 지분율은 48.27%에서 60.49%로 12.22%포인트(p) 상승한다.


◆ 상속세 마련 위해 고려아연으로 주식 매도…4년 만에 되찾아


한진칼이 이번에 매수하기로 한 정석기업 주식은 앞서 조 회장 일가가 고려아연으로 처분한 주식과 동일하다. 예컨대 조 회장과 조현민 ㈜한진 사장,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3인은 2021년 3월 정석기업 주식 총 15만469주를 장외매도했다. 이 시기는 오너가가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이 별세 이후 부과된 총 2700억원 규모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전방위에서 현금을 조달하던 때다.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주력 계열사 배당이 중단된 데다, 급여 반납 등으로 현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오너가는 '알짜' 정석기업 주식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 부동산 관리 회사인 만큼 기업가치가 높고, 고정적인 임대 수익 덕분에 매년 주당 5000원 이상의 고배당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상장사인 만큼 소수의 주주들이 배당을 독식할 수 있다는 점도 매물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이었다.


세부적으로 조 회장은 정석기업 보유 주식 중 일부인 9326주(0.76%)를 팔아 30억원 가량을 현금화했다. 조 사장과 이 고문은 정석기업 주식 전량을 처분했다. 조 사장의 경우 5만6458주(4.59%)를 매각하며 181억원을 만들었고, 이 고문은 8만4685주(6.87%)를 정리하며 271억원을 손에 쥐었다.


한진그룹 오너가의 정석기업 주식은 고려아연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인 재규어제1호유한회사가 받았다. 이후 재규어제1호유한회사는 정석기업 주식 전량을 고려아연으로 넘겼다. 고려아연은 약 4년 만에 정석기업 주식을 매각하면서 8.1%(39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여기에 4년치 배당금 41억원을 고려하면, 투자원금(482억원)의 16.6% 수준인 80억원을 수익으로 거뒀다.


◆ 오너가 상징 '존재감'…조현민·이명희, 현금력 완전히 회복 못해


짚고 넘어갈 대목은 정석기업 주식을 회수하는 주체가 조 회장 일가가 아닌, 한진칼이라는 점이다. 현재 정석기업 주식을 보유 중인 오너가는 조 회장과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사위이자 조 사장 고모부인 이태희 법무법인 광장 창업주 3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석기업이 오너가를 상징하는 회사라는 점에 주목한다. 1974년 설립된 정석기업은 대대로 오너가와 그룹 계열사, 그룹 산하 재단만으로 주주가 구성될 만큼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 회사는 서울 중구 소재 한진빌딩 본관과 신관, 인천 정석빌딩, 인하국제의료센터(지분 20%) 등을 운영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1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대한항공 신규 CI를 발표하고 있다. (제공=대한항공)

특히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오를 회사로 거론될 만큼 존재감이 컸다. 한진그룹은 2015년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한진칼과 정석기업을 합병시키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석기업 기업가치로 추산할 때 조 선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높였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한진이 대한항공 주식을 모두 매각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재계는 한진그룹이 정석기업에 대한 온전한 지배력 회복을 위해 주식 재매입에 나섰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조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오너들의 현금 유동성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요 계열사 업황 회복에 따라 배당 수익은 증가했지만, 고정적으로 벌어드리는 급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한진칼이 대신 등판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 자산 재배치 작업 중…아시아나 합병 이후 선제 대비 관측


한진그룹은 정석기업이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사업 확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전망이다. 정석기업은 일찍이 단순 건물 관리와 임대 사업으로는 중장기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지해 왔다. 실제로 정석기업이 2019년 부동산 개발과 분양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한 배경에도 외형 성장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듬해 발발한 팬데믹 이슈로 신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정석기업이 최근 자산 재배치를 단행하고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천 소재 부동산을 정석인하학원으로 527억원에 매도했으며, 올해 3월에는 강남 도산대로에 위치한 빌딩을 1530억원에 매입했다.


나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2월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편입했으며, 2027년에는 한 회사로 통합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각 계열사가 소유 중인 토지와 부동산을 관리하고 개발하기 위한 의도라는 시각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가 보유한 토지 및 건물의 시가표준액은 약 1700억원이다.


한편,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의 정석기업 투자는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