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에이본 가치 3분의 1 '뚝'…860억 투입 '심폐소생'
작년 감사 과정서 자산가치 1435억→438억…유증 통해 사업기반 구축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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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본 온라인 홈페이지 K-뷰티 전용관에서 한국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다.(사진=에이본 온라인 홈페이지 화면 캡처)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에이본이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데"


에이본은 130년 역사의 미국 화장품 기업이지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6년째 거주하고 있는 MZ세대 김(30) 씨에게는 생소한 기업이다. 김 씨는 "세포라나 백화점에 입점한 화장품 브랜드가 아니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젊은층에게 인지도가 낮은 점은 에이본을 인수한 LG생활건강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다. 에이본은 오랜 전통만큼 지금은 흔치 않은 방문판매 형식의 유통구조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과 브로셔를 통해서 제품을 판매원에게 소개하고 판매원이 일반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형태다. 


코로나 팬데믹(코로나19) 기간 이러한 유통구조가 치명적인 약점이 되면서 LG생활건강은 에이본의 디지털 카탈로그를 제작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경쟁력을 갖추기엔 역부족이었다. 


에이본 유통구조에서 작년 기준 오프라인 직접 판매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여전히 78.2%에 달한다. 온라인 포함된 기타 유통 경로 매출 비중은 21.8%에 그쳤다. 여전히 오프라인에 의존적인 사업 형태인 것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에이본 지분 100%를 1억2500만달러(당시 한화로 약 14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New Avon(현재 The Avon Company)은 매출이 13조원에 달하던 Avon의 글로벌 사업 본사 역할을 했던 회사로 IT, 구매, 물류, 영업, 그리고 일반 관리 분야에도 탄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New Avon은 현재 미국, 캐나다, 푸에르토 리코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며 2018년 매출은 약 7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작년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의 매출은 2518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누적적자를 기록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작년 감사보고서상에서 에이본의 가치 재평가는 핵심 감사사항에 오르기도 했다. 감사 결과 에이본의 자산가치 중 997억원이 손상차손으로 반영됐다. 기존 장부가액은 1435억원에 달했지만 438억원으로 가치가 뚝 떨어진 셈이다. 


LG생활건강은 인수 당시 에이본의 북미 인프라를 통해 LG생활건강 브랜드를 미국시장에 진출시키는 교두부 역할로 삼겠다고 했으나 교두부 역할보다는 되려 본사의 자금 출혈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2021년 12월 미국 법인인 LG H&H USA에 유상증자를 통해 한화 441억원을 지원했다. LG H&H USA는 에이본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LG생활건강은 올해도 1860억원 규모의 북미 법인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중 860억원은 에이본 운영자금으로 투입한다.


LG생활건강은 최근 에이본 온라인 홈페이지에 자체 브랜드 상품을 추가하며 에이본의 온라인 채널을 미국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다. 빌리프, 더페이스샵, 닥터그루트와 같은 LG생활건강 자체 브랜드가 에이본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는 없는 브랜드 비욘드 글로우 역시 미국 젊은층을 타깃으로 에이본을 통해 선보였다.


LG생활건강이 에이본을 인수하며 내세웠던 목적이 여전히 실행단계에 있는 만큼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에이본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자금 지원을 통해 더에이본컴퍼니의 제품 포트폴리오 및 온라인 판매 강화, 판매 직원(앰버서더) 보상제도 개선 등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북미사업의 전반적인 건전성과 성장성을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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