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호건설
금호고속도 위태…기댈 곳 없어
②2018년 금호고속 지주체제 구축…아시아나항공 2024년 매각 후 대기업집단 탈락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10시 03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재계 서열 7위에 올랐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명성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모습이다. 항공과 물류, 건설, 관광까지 아우른 대기업집단 이었지만 계열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이제는 건설과 고속만 남은 상태다. 사실상 금호건설이 그룹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 둔화, 유동성 경색, 입찰 경쟁 심화 등의 이유로 금호건설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과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금호그룹 전반의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딜사이트는 금호건설을 사업과 재무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당면한 문제점이 무엇인지 진단해 본다.


[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한 때 재계 7위까지 올라섰던 금호그룹이 올해부터 자산 5조원을 기준으로 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도 빠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이탈이 그룹의 자산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금호그룹은 금호건설과 금호고속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룹 규모가 홀쭉해지면서 금호건설이 그룹사의 도움을 기대할만한 여지도 줄었다. 특히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고속이 심각한 재무 위기에 빠져있는 터라 뒷배 없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건설·대한통운 10조원 발목…그룹 해체 수순


금호그룹 영욕의 세월은 인수합병(M&A)과 맞닿아 있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그룹 사세가 크게 확장됐지만, 결국 이 선택이 그룹 쇄락의 신호탄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06년 당시 박삼구 회장은 건설업을 주력사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계열사 자금을 대거 동원해 대우건설 지분 72%를 인수했다. 투입된 자금만 6조4255억원으로 이는 자체 자금뿐만 아니라 투자금융 자본까지 대거 포함됐다. 업계에서 예상한 인수 가치가 3조원 수준이었으니 그보다 2배가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셈이다. 조달 자금의 절반은 사모펀드를 통한 외부 차입이라는 점에서 위기를 키웠다. 금호건설은 3조5000억원 가량을 외부로부터 조달했는데 이를 위해 3년 후 1주당 3만1500원에 투자자들로부터 주식을 되사오는 풋백옵션을 걸었다.


이어 2008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의 인수에 나서서 추가로 4조1040억원을 투입했다. 2년 간 두 개의 회사를 사들이는데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셈이다.


그룹의 붕괴는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됐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점차 떨어졌고, 풋백옵션의 기한은 다가오고 있었다. 풋백옵션 행사 금액은 약 4조2000억원으로 이는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었다.


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한국산업은행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 뿐만 아니라 금호생명, 금호렌터카, 대한통운도 결국 정리 수순을 밟았다. 금호산업·금호타이어·아시아나항공·금호석유화학 등 계열사는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동생인 박찬구 회장도 이 때 그룹과 결별을 택했다. 형제 간 의견이 맞지 않자 금호산업 지분 전량을 팔고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려 그룹과 갈라섰다. 현재의 지배구조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금호고속과 금호산업(현 금호건설)의 경영권을 찾아오면서 구축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당시 사세를 확장하면서 홀딩스 체제를 구축하려고 했지만, 이내 유동성 위기로 무산되자 금호기업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다시 짰다. 2016년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기업→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금호터미널 구조로 이어지고 있었다. 최상단에 위치한 금호기업이 알짜회사인 금호터미널을 다시 인수했고, 이어 2017년 금호고속 역시 금호기업이 사모펀드로부터 재인수했다. 금호기업은 2018년 사명을 금호고속으로 바꿔 현재의 지주사가 됐다.


그룹의 한 축을 담당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19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최후통첩으로 매각이 결정됐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아시아나항공은 2024년 12월 대한항공에 매각됐다.


(그래픽= 신규섭 기자)

◆빚 갚기 바쁜 금호고속…여전히 높은 부채비율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인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기준 대기업 자산총액 순위 28위에서 단번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서 빠지게 됐다. 그간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자산의 75%를 차지했으니 그 공백이 생기면서 단숨에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것이다.


구조조정을 거친 뒤 그룹 내 최종적으로 남은 회사는 금호고속과 금호건설, 금호익스프레스 뿐이다. 부동산 관리를 담당하는 금호고속이 지주사 역할을 하며 산하에 금호건설 외 금호익스프레스를 둔 구조다. 각각의 지배율은 45.48%와 88.46%로 금호익스프레스가 사실상 금호고속의 주요 수입원이기도 하다. 금호익스프레스는 2020년 금호고속으로부터 물적분할한 회사로 그룹의 모태인 운수사업을 영위하는 곳이다. 


현재 금호건설이 기댈 언덕은 금호고속 뿐이지만 금호고속 역시 계열사를 지원할 수준의 재정 여력은 없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부동산 자산인 유스퀘어를 광주신세계에 47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 덕분에 부채비율은 2023년 1781%에서 지난해 380%로 대폭 개선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체적인 건전성 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금호건설을 지원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금호익스프레스의 이익 악화가 금호고속의 위기로 직결됐다. 운수업은 2018년까지 꾸준히 10%대 영업이익률을 올리던 사업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100억원~300억원대의 순손실을 지속했다. 금호고속의 이익은 점차 개선되는 분위기이지만 운수업  외 특별한 캐쉬카우 사업이 없어 향후 큰 반등을 이루기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금호고속은 지난해 매출 389억원, 영업이익 77억원, 순이익 11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순손익이 마이너스(-) 636억원에서 흑자전환을 이뤘다. 유스퀘어 매각으로 인해 금융비용의 감소로 순이익만 늘어난 것이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3분기 손실을 인식하는 빅배스를 통해 연간 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향후 관급공사의 수주를 위해선 우량한 재무구조의 유지가 절실하지만 그룹사 지원 없이 홀로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들이 그룹 계열 건설사들에 대해 유사 시 모회사나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신용등급 평가에 높이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면 금호건설은 그룹사 계열이지만 사실상 독립 건설사나 다름 없다는 평가다.


최근 사례를 살펴봐도 그룹사에 소속된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에서도 생존을 지켜낸 반면 따로 그룹사가 없는 독립된 건설업체는 모두 회생절차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앞서 롯데건설과 같은 대형건설사들은 계열사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 지원이 가능했으며 신용평가시 이를 통해 신용등급의 상향 평가를 받기도 한다.


금호건설의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바닥을 찍은 후 점차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2년 건설경기의 급락 당시는 바로 충격이 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손실을 대거 정리하고 다시 반등을 노리고 있다. 2022년 금호건설의 연간 매출액은 2조485억원에서 2023년 2조2176억원, 지난해 1조9142억원으로 큰 부침없이 비슷한 규모를 유지 중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59억원에서 218억, 그리고 지난해 -1818억원으로 큰 손실이 났다.


다만 금호건설은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흑자로 돌아선 뒤 올해 1분기에도 흑자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4680억원, 영업이익 5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억원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42억원 늘었다.


금호건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실적을 회복하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올해 분양계획도 4356가구로 전년도 3700가구 대비 646가구나 늘려잡았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며 "올해 2분기부터는 더 가파른 이익 증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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