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밑빠진 독
하림산업, 발묶인 양재동·부진한 식품사업에 유동성 악화
③ 희미해지는 식품사 정체성…양재동 사업에 사운 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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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조감도/ 사진=서울시


[딜사이트경제TV 성우창 기자] 하림그룹의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하림산업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유형자산의 규모는 커졌지만, 식품사업의 부진으로 인해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는 점이다. 특히 부동산 자산의 핵심인 '양재동 개발사업'이 첫 삽을 뜨지도 못한 채 답보 상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림산업의 자산 구조는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있다. 작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 총자산 1조457억원 가운데 투자부동산이 4955억원, 유형자산이 4871억원으로, 이 두 항목이 자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투자부동산은 회사가 직접 사용하지 않고 보유 중인 토지와 건물로, 하림산업의 경우 서울 양재동 물류단지 부지 등 대규모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식품 제조업체라기보다는 부동산 투자회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비유동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도 문제다.


하림산업은 2012년 설립 당시 유통업을 영위하다, 2016년 양재동 부지를 매입하며 부동산업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이후 하림식품, 에이치에스푸드와 합병하면서 식품 제조업을 병행하게 됐다.


자산의 상당부분이 투자부동산에 묶여 당장 식품사업 운영에 투입할 유동자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작년 말 유동자산은 381억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부채는 6688억원에 달한다.


재고자산과 현금성 자산 등 즉시 활용 가능한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자산 대부분이 고정돼 있는 구조다. 원활한 생산과 판매를 위한 유동성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식품 제조업체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업종 내 기업들이 원재료 재고, 현금성 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자금회전 구조를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차입구조도 불안하다. 하림산업의 단기차입금은 2023년 3784억원에서 2024년 6232억원으로 증가해 총차입금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대부분의 부채가 단기성 자금에 몰려 있어 자산 매각이나 외부 자금 수혈 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하림산업은 하림지주로부터 약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지원을 받아왔다.


문제는 이 자금이 대부분 시설 투자에 쓰였지만, 실질적인 영업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림산업의 2024년 매출은 802억원에 그친 반면 영업손실은 12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2016년 첫 감사보고서 이후 단 한 번도 영업흑자를 낸 적이 없으며, 누적 영업손실은 4600억원을 넘어섰다. 식품사업 자체로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으며, 그동안 부동산 자산과 계열사 지원에 의존해 연명해왔다.


주목할 점은 하림지주의 미래가 사실상이 하림산업의 부동산 자산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하림산업이 보유한 양재동 부지(약 8만3000㎡)는 하림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본래 9년전 부지 매입 당시부터 개발을 공식화했지만, 갖가지 법적 분쟁으로 미뤄지다가 작년에야 승인이 이뤄졌다. 그마저도 올해 갑자기 하림 측이 설계를 변경해 착공 시기가 또다시 지연된 상태다. 보유한 지 10년 가까이 됐음에도 관련 사업이 이제서야 가동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 양재동 부지는 총 연면적 147만5000제곱미터(㎡), 최고 58층 규모의 복합시설로 개발될 예정이며, 스마트 물류센터는 물론 오피스텔, 아파트, 호텔, 상업시설까지 포함된다. 


총사업비는 6조8712억원으로, 작년 하림산업 매출의 70배에 달한다. 자금 조달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펀드(PEF) 유치 등으로 계획됐으나, 시장이 경색된 현 상황에서 안정적 조달을 장담하기 어렵다. 착공 지연이 장기화되거나 분양이 실패할 경우 하림산업 뿐만 아니라 하림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실질적 수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누적 적자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개발이 전환점이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림지주 관계자는 "양재동 개발사업은 현재 개발 계획 변경 승인절차를 밟고 있으며, 올해 중에 착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자금조달 계획은 당초 인허가 받을 때 다 통과한 상태"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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