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법인 점검
관세 폭탄 맞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설립 '압박'
인도정부, 8400억 관세 부과 등 외국 기업 압박 논란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4일 10시 1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인도 노이다 공장. 사진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84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하자, 업계에서는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인도가 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쓰는 만큼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인도 뭄바이 관세·소비세·서비스세 상소법원에 인도 세무 당국이 부과한 6억100만달러(8400억원 규모)의 세금 추징과 과징금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인도 세무 당국은 지난 3월 삼성전자가 통신 장비를 수입하면서 관세를 회피했다고 주장하며 8400억원에 달하는 세금 추징과 과징금 부과 명령을 내렸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억8400만달러(1조1107억원) 상당의 '리모트 라디오 헤드'를 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들여오면서 관세를 내지 않았다. 해당 장비는 인도 통신기업 릴라이언스 지오에 납품됐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에 송수신 기능이 없어 '통신장비'가 아닌' 부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 세무 당국은 삼성전자가 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 분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삼성전자에 총 5억2000만달러(7411억원) 상당의 미납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라고 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 임원 7명에게는 총 8100만달러(1151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을 요구하며 이같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외국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금을 소급 적용하거나 과도한 과징금을 매기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정부와 14억 규모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폭스바겐을 포함해 기아자동차, 보다폰, 케언 에너지, 페르노리카르 등도 유사한 이유로 정부와 소송전을 치렀거나 치르고 있다.


특히 릴라이언스 지오는 인도의 부호이자 아시아 최고의 부자로 꼽히는 무케시 암바니가 운영하는 통신 대기업으로 삼성전자와는 특별한 관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장남(2018년)과 장녀(2019년), 막내 아들(2024년) 결혼식에 참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릴라이언스 그룹과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공급 등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이건희 선대회장 때부터 암바니 가문과는 교류가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외국 기업이 인도 정부의 세금 철퇴를 맞고 있다. 이는 정부가 기업에 인력을 더 고용하거나 공장의 인도 이전 등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인도 정부가 삼성전자에 원하는 핵심은 반도체 공장 이전이다. 실제 인도 정부로부터 압박이 강하게 들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남부 첸나이 지역에 생활 가전과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법인(SIEL)을 운영하고 있다. 또 벵갈루루 지역에 반도체 연구개발(R&D)을 맡는 반도체 인구연구소(SSRI) 두 곳을 세웠다. 해당 연구소는 메모리 및 반도체 설계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인도에 프로그래밍에 능한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생산공장은 없다.


최근 인도 정부는 자체 설계한 반도체 생산에 나서는 등 반도체 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2021년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를 유치하기 위한 100억달러 규모의 유치 프로그램 '인도반도체미션(ISM)'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전자를 향한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인도 정부는 지난 2022년 삼성전자에 반도체 생산공장 건립을 요청하며 필요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삼성전자가 인도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프라도 열악할뿐더러 이를 관리할 인력도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전기와 상하수도를 완벽히 갖춰야 한다"며 "무엇보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인도에는 그럴 만한 인력이 없다. 인력의 대부분이 돈을 많이 주는 IT 분야에 몰려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 인도 반도체 시장이 초창기 단계인 만큼 선단 공정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낮아 진입 요인이 부족하다는 점도 꼽힌다. 다만 지난해부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NXP, 마이크론, TMC 등이 인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데다 인도의 반도체 시장 성장성이 가파른 만큼 이를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인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76억9000만달러(10조9505억원)에서 2029년 133억달러(18조9392억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삼성전자 측은 인도 내 반도체 생산법인 설립 건에 대해 "밝힐 수 있는 사항이 없다"고 했다. 인도 세무 당국과의 소송에 대해선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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