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의 밑빠진 독
김홍국 회장, 형님 지원에 그룹 돈 '펑펑'
② 식품사업 무관 김기만 대표, 적자경영 지속
이 기사는 투자시장의 뉴 노멀(New Normal), 딜사이트경제TV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사진=하림지주 홈페이지


[딜사이트경제TV 성우창 기자] '더미식' 사업 부진으로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하림산업을 돕기 위해 하림그룹의 자금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자신의 큰 형인 김기만 하림산업 대표이사를 돕기 위해 그룹과 계열사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림지주는 지난 4월 하림산업의 500억원 유상증자를를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하림지주는 지난 2022년 12월말 하림산업을 자회사로 편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1800억원의 자금을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했다.


이번 출자 목적은 시설 자금 조달이다. 이는 하림산업의 식품 사업 더미식과 무관하지 않다. 더미식이 라면, 만두, 즉석밥 등 여러 품목에 걸쳐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그에 맞는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시설 투자를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하림산업은 작년에도 제조·유통시설이 통합된 온라인물류센터를 준공한 바 있다.


지주의 자금 지원은 유상증자뿐만이 아니다. 작년 말 기준 하림산업이 가진 차입금 중 약 1300억원에 대해 하림지주의 자금보충 약정이 체결돼 있다. 자금보충 약정이란 특정 차입에 대해 모회사 또는 지배회사가 자회사나 관계사 대신 자금 지원을 보증하는 계약이다. 하림산업의 경우 KEB하나은행, 신한은행으로부터 각각 634억원, 680억원 규모 자금을 대출했는데 이에 대해 하림지주가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지원도 있었다. 과거 하림산업의 최대주주였던 엔에스쇼핑도 작년 10월 자금차입 형태로 하림산업에 280억원을 지원했다. 이자율 4.5%에 올 10월까지 상환일이 설정됐지만, 엔에스쇼핑 역시 하림지주 산하 계열사인 만큼 그룹 내부에서 자금을 돌리는 순환 지원 구조가 엿보인다. 실질적으로 하림지주가 부담해야 할 유동성 문제를 다른 계열사가 대신 부담하는 셈이다. 


문제는 하림산업의 실적이 이런 지원을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수년간 이어진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하림산업은 작년 한 해에만 영업손실 1276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계속된 자금 지원에도 유동비율이 5.7%에 불과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하림지주의 일반 주주들은 지주가 '밑 빠진 독'에 끝없이 물 붓기를 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하림지주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하림산업의 경영 및 사업에 오너 일가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림산업은 하림지주가 100% 지배하는 완전 자회사로, 오너가 구성원 개인의 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너 일가의 입김은 강력하다.


실제로 하림산업의 대표이사는 김홍국 회장의 큰 형인 김기만 대표다. 김 대표는 유아교육 전공 교수 출신에 백석예술대학교 총장을 지냈다. 커리어의 대부분을 학계에 몸담았던 인사다. 식품 제조나 기업경영과 무관한 그가 하림산업 대표 자리에 있는 것은 오너가 일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현재 하림산업의 적자 경영을 가중시키고 있는 더미식 사업은 김홍국 회장과 그 장녀인 김주영 전략기획담당 상무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더미식 사업의 성과가 계속 지지부진한 상태임에도 지주를 비롯한 계열사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하림지주 관계자는 "더미식 브랜드는 하림지주가 비전을 제시하지만 주도하는 것은 하림산업"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커버하기 위해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주가 자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림지주 역시 계속 하림산업에 자금을 투입하기엔 자금상황이 여유롭게 않다. 작년 하림지주의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약 10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에 따른 부채비율도 170.6%로, 전년 대비 1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적자가 계속되는 사업에 수백억원씩 쏟아붓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실제로 하림지주는 지난달 총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수요예측 주문이 1280억원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500억원의 목표치를 설정했던 2년물 채권은 400억원의 수요만 확인되며 미매각이 발생했다. 경쟁률도 1을 밑돌았다. 이를 두고 하림지주의 지나친 부채와 재무 건전성 압박이 회사채 흥행 부진 원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지주 관계자는 "지주 재무 구조는 탄탄하며, 회사채 수요 예측 부진도 시장 전반의 자금 경색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하림의 밑빠진 독 2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