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에 나선다. 석화업계에 닥친 장기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직전 발행에서 완판을 기록한 성과와 올해 1분기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발행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8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트랜치(tranche·만기)는 3년물(400억원)과 5년물(400억원)으로 나눠 구성했다. 수요예측일은 주관사와 협의 중이며, 발행일은 내달 9일로 예정됐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6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 SK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이 맡았다.
금호석유화학은 과거 수익성 악화와 재무 부담 등으로 인해 회사채 시장에서 미매각 사례가 잦았던 기업이다. 하지만 직전 발행(2024년 4월)에서 이 같은 시장의 우려를 딛고 500억원 모집에 6200억원 주문을 끌어내며 완판에 성공했다. 첫 회복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번 발행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와 실적 반등을 기반으로 시장 신뢰 회복에 속도를 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신용등급 역시 우상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3사 모두 2019년 금호석유화학의 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2021~2022년 A+까지 올렸다.
현재도 A+등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등급 추가 상향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제시한 상향 트리거 기준 중 절반 이상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나신평은 ▲각 사업부문의 안정적 수익창출 ▲중장기적으로 연결기준 총차입금/EBITDA가 1.5배 하회 ▲순차입금의존도 5% 하회 등을 주요 상향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중 총차입금/EBITDA는 지난 2020년 말부터 지난 2023년 말까지 꾸준히 1.5배 미만을 기록했고, 순차입금의존도 역시 2021년 말부터는 5%를 밑돌고 있다. 최근 3년간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준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재무지표 기준으로는 상향 트리거를 충족한 셈이다.

다만 실적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최근 몇 년간 업황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실제 매출은 2022년 8조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7조1550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조1500억원에서 2728억원으로 급감했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라는 평가사 요건을 충족하기에 아직 부족한 흐름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최근 실적은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1조9082억원, 영업이익 12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각각 14.4%, 53.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부문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며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시장 예상을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이다.
재무 안정성을 꾸준히 유지해 온 만큼 업황 회복 흐름이 뒷받침된다면 신용등급 상향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이 반등한 건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 신호로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 몇 개 분기 실적 추이를 지켜보지 않고도 시장지위 및 컨센서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등급을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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