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는 글로벌 빅테크 오픈AI가 출시한 거대언어모델(LLM) 챗GPT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1조9457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등의 주역은 AI분야였다. AI와 밀접한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투자액이 3조695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38% 증가했다.
AI투자 열풍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도 존재한다. 유관기술을 활용한 벤처기업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뚜렷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AI로 돈버는 기업은 엔비디아 뿐'이라는 자조 섞인 말까지 들려온다.

◆ "누구나 인터넷 사용하는 시대…AI도 보편화될 것"
AI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AI가 인터넷의 발전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도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송은강 대표는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정보통신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의 전신인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전산학 학사를 수료했다. 이후 삼성종합기술원에 입사해 삼선전자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국내 최고의 공학전문가들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향후 수년간 AI 관련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문가들은 AI기술의 발전과 그로 인한 변화를 과거 인터넷 시대의 전개과정에 빗대어 설명한다"며 "인터넷이 그러했듯 AI 역시 인프라, 데이터센터, 툴, 서비스 순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챗GPT와 같은 LLM 모델은 AI 대중화를 위한 인프라에 해당한다"며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가 인터넷의 확산을 이끈 것처럼 챗GPT나 딥시크가 가입자를 늘려나가면서 기술 보편화를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AI 사용이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며 "과거 인터넷 시대에 웹서버 장비업체인 시스코가 큰 돈을 번 것처럼 현재는 AI반도체 등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돈을 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챗GPT와 같은 AI엔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도구(tool)들이 등장할 것"이라며 "그 이후에 AI를 활용한 서비스들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미래의 AI서비스가 어떻게 구현될지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송 대표는 "AI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등장할지에 대해선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인터넷 기술을 예를 들면 인터넷뱅킹,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여러 영역이 복합적으로 개입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로봇·생명공학 분야서 패러다임 전환·효율성 제고
AI기술이 당장 산업계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송은강 대표는 "AI기술 발전으로 가장 큰 변화가 발생한 산업군으로 로봇과 생명공학 분야를 꼽을 수 있다"며 "로봇 기술의 경우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LLM 도입으로 로봇기술의 핵심 영역인 제어(컨트롤)에 변화가 생겼다"며 "이제는 인간의 언어로 로봇을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성형 AI 분야에서 로봇과 AI기술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AI기술의 영향력은 이미 막대한 수준에 이르렀다. 송은강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AI 관련 산업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생명과학"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효율성 제고에 주목했다. 통상 1개의 신약을 개발해 상용화시키는데 1조원의 자금과 1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AI기술을 활용하면 자금과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후보물질 탐색 단계에서부터 AI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렇듯 AI기술이 산업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는 기업들의 AI기술 활용이 보편화를 넘어 경쟁력의 척도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은강 대표는 "인터넷에 적응 못한 기업이 도태됐듯 AI를 잘 활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투자업계에서 AI기술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향후 최소 4~5년, 최장 10년간은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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