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기업 점검]
그라비티
박현철 집권 15년…둔감해진 위기 대응과 하락한 신뢰도
⑥인건비는 늘고, 위기 대응은 실종…이용자 기만, 사회공헌 활동은 휴업중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17시 3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현철 그라비티 대표


[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PC온라인 시대 '라그나로크' IP를 모바일시대에 맞게 재해석해 10년이 넘게 꾸준한 성장을 해온 그라비티가 최근 실적 악화에 직면했다. 15년째 그라비티를 이끌고 있는 박현철 대표가 전략적 한계에 직면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지난해 매출 50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0.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5% 급감했다. 이는 박 대표가 추친해 온 라그나로크 IP 중심의 의존 전략이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를 주축으로 최고의 글로벌 게임사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해왔다. 또한 지난해에는 신작들을 선보이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임을 사업계획서에 명시하며 자신감 있는 행보를 펼쳐왔다.


그러나 현실은 박 대표의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전체 실적을 견인하던 모바일게임 부문 매출은 6296억원에서 4057억원으로 35.6%나 감소했다. 특히 박 대표가 기대를 걸었던 신규 IP들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해 가장 기대를 모았던 라그나로크 시리즈 신작 'THE RAGNAROK'(더 라그나로크)의 흥행 실패가 뼈아팠다. 이외에 10종 이상의 신작과 신규 IP를 글로벌 시장에 동시 출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신작이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기존 대표작인 '라그나로크 오리진' 역시 동남아와 대만 등 주요 시장에서 매출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특히 신규 IP 전략 실패는 재무제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그라비티는 총 15.8억억원 규모의 무형자산 및 기타 비유동자산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뮈렌: 천년의 여정'과 '제너레이션 좀비' 흥행 실패에 따른 신작 게임 프로젝트의 무형자산에 대한 손상으로 구성됐다. 무형자산 전략 실패가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돼 실적 부진에 한몫을 했다.


더 큰 문제는 경영 리스크 대응이다. 15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박 대표 체제는 장기화된 리더십 구조 속에서 새로운 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조조정이나 사업 재편의 실질적 신호도 전혀 없다는 점에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일본 자회사 '그라비티 게임 어라이즈'의 지속된 적자와 이중 구조 논란 역시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국내 핵심 게임기업인 엔씨소프트도 개발 본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그라비티는 오히려 인건비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 연결 기준 판매관리비 내 인건비는 559억원으로 전년(436억원) 대비 28% 이상 증가했다.


이에 대해 그라비티 측은 "구조 개편 방향성 등에 대한 내용은 회사 경영에 대한 부분이므로 답변드리기 어렵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만 밝혀왔다.


이런 와중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라비티에 '소비자 기만' 혐의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2017~2024년 운영한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확률형 아이템에서 구성품 확률을 최대 8배까지 부풀려 공지한 점, 일부 확률 하향 정보를 은폐한 점이 적발됐다. 과태료는 250만 원에 불과하지만, 회사의 준법경영과 이용자 신뢰에 타격 입혔다.


상황이 이렇지만 박 대표는 국내 사회공헌 활동에도 무관심하다. 그라비티는 2023~2024년 기부금이나 사회공헌 관련 지출 항목을 찾을 수 없다. 가장 최근 확인되는 기부금은 2022년 120만원 수준으로 매출 대비 0.0003%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점에 대해 그라비티가 모회사 일본 겅호온라인의 의사결정에 종속된 구조때문으로 분석한다. 일본계 자본 특성상 경영진 교체에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지 않으면 그라비티의 미래도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다. 재무적으로도 고정비는 늘고 매출은 줄어드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이러한 흐름은 2025년 1분기 실적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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