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종근당이 차세대 항암 신약 확보를 위해 앱클론과 전략적 협력에 나섰다. 앱클론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한 종근당은 혈액암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AT101(네스페셀)'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하고 공동 개발에 착수한다. 이번 투자는 AT101의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첨생법)상 신속허가 가능성과 글로벌 확장성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종근당은 9일 공시를 통해 앱클론 보통주 140만주를 주당 8732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총 투자금액은 약 122억원으로 납입일은 이달 19일이다. 이로써 종근당은 최대주주 이종서 대표(7.66%)에 이어 단일 기준 2대 주주에 올라섰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13.62%)과 별도로 독립 투자자로서 전략적 입지를 확보하게 됐다.
앱클론은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을 전액 임상 및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연도별로는 2025년 52억원, 2026년 60억원, 2027년 이후 10억원이 배정돼 있다.
종근당은 이번 투자를 통해 CAR-T 치료제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모색한다. 투자 대상인 AT101은 앱클론이 2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혈액암 치료제로 첨생법상 '신속처리 대상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지정될 경우 우선심사, 맞춤형 심사, 임상 3상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종근당은 이를 발판 삼아 AT101의 빠른 국내 허가와 상업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T101은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 7개 기관에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며 6월 중 신속승인 절차 신청이 예정돼 있다. 여포성 림프종(FL), 변연부 림프종(MZL) 등으로의 적응증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앞서 1상에서 유의미한 치료 성과도 확인됐다. 완전관해(CR)를 보였던 피험자 9명 중 7명이 12개월 이상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했으며 장기 완전관해 비율은 77.8%로 집계됐다.
앱클론은 최근 튀르키예의 TCT헬스테크놀로지와 AT1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사업화 역시 본격화하고 있다. 계약에 따라 AT101의 현지 허가 임상, 생산, 상업화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TCT가 부담하며 앱클론은 계약금과 향후 순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수령하게 된다. 튀르키예 보건복지부 및 보건연구원도 AT101의 임상 진행과 신속한 시장 진입을 지원하기로 했다.
종근당은 이번 투자로 AT101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한 데 이어 HER2를 표적하는 CAR-T 치료제(AT501), 전립선특이세포막항원(PSMA), CD30, 4-1BB 등 다양한 항원을 기반으로 한 혈액암·고형암 CAR-T 및 이중항체 치료제를 공동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하고 개발 우선순위 선정부터 임상, 허가, 상업화 전략까지 전방위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선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종근당은 첨단바이오 분야 진입을 본격화하는 동시에 앱클론을 통해 글로벌 상업화 경험도 간접적으로 확보하게 됐다. 특히 지분 확보, 국내 독점권, 공동 개발을 포함한 이번 협약 구조는 위험 분산과 성장 잠재력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으로 종근당의 중장기 신약 포트폴리오 확대와도 맞물린다.
두 회사 주요 경영진 간 인연도 이번 협력의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앱클론 최대주주 이종서 대표는 과거 종근당 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이용준 CAR-T 센터장 역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종근당 소속이었다. 이러한 인적 기반이 종근당이 100억원이 넘는 외부 투자에 처음 나서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양사는 이번 협약을 단순한 자금 투자에 그치지 않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영주 종근당 대표는 "이번 협약은 단순한 투자가 아닌 양사의 핵심역량을 결합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이라며 "앱클론의 면역세포치료제 플랫폼과 항체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신약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종서 앱클론 대표도 "국내 최고 수준의 R&D 역량을 갖춘 종근당과의 협력은 한국형 바이오텍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반성장 모델"이라며 "글로벌 기준을 새로 쓰는 혁신 치료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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