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HD현대케미칼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363일물'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이번 발행은 회사채 외 자금조달 시장에서 상대적 장기물을 발행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HD현대케미칼은 지난 2일 600억원 규모 363일물(약 1년물) CP를 발행했다. 앞서 4월에도 750억원 규모의 비슷한 만기 CP를 발행했다. 올해만 약 1년물 CP로 조달한 자금은 1350억원이다.
이례적인 장기물 CP 발행은 HD현대케미칼이 장기 자금 조달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HD현대케미칼은 최근 5년간 약 1년물 CP를 발행한 전례가 없고, 주로 1~3개월물 단기 CP만 활용해왔다. 그런 만큼 이번 발행은 일회성 조달을 넘어, 자금 확보 방식의 다변화를 꾀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HD현대케미칼은 그간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 등 CP 외의 장기 자금 조달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거의 매년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으며, 올해 1월에도 공모채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하지만 석유화학업황 회복이 지연되면서 공모채 시장 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미매각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번 약 1년물 CP 발행을 회사채 의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약 1년물 CP는 실질적으로 장기 CP와 유사한 조달 효과를 내면서도, 수요예측이나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채에 요구되는 복잡한 절차를 피할 수 있다. 미매각 리스크로부터 자유롭다는 점 역시 발행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아울러 HD현대케미칼의 경우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인 만큼 자금 조달 경로의 다각화는 불가피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HD현대케미칼은 차입금 부담이 큰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2100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3130억원에 달한다. 다만 현금성 자산은 166억원에 불과해 추가적인 장기 유동성 확보가 단행돼야 한다.
문제는 HD현대케미칼의 크레딧 리스크로 인해 조달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실적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그에 따라 크레딧 리스크도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신용평가사들의 하향 압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신평은 ▲EBITDA/매출액 6% 미만 ▲순차입금 의존도 50% 초과 상태 지속 시 등급 하향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실제로 HD현대케미칼의 EBITDA/매출액 비율은 2023년 말 기준 4.1%에서 올해 1분기 2.1%까지 하락했고, 순차입금 의존도 역시 2021년 55.2%에서 지난해 61.1%로 더 높아졌다. 하향 트리거 조건을 모두 충족한 셈이다.
현재 한신평 외에도 한기평, 나신평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HD현대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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