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진단
'2번' 예심 통과했던 SK엔무브, 이번엔 왜?
②자본시장법 개정 통해 '물적분할 5년룰' 폐지 추진…'선제적 조치' 나선 거래소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9일 07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과거 대기업들은 유망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거듭했지만 시장의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그룹 계열사 상장 이슈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변했다. 중복 상장이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고질적 병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또 중복 상장 논란은 과거와 달리 '쪼개기 상장'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수합병(M&A) 기업이나 신설 법인을 상장하는 사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복 상장의 경계가 불명확하고 가이드라인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기업들의 중복 상장 여부를 사업적 독립성, 경영상 독립성, 모회사 주주보호라는 요소를 기준으로 진단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네 번째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SK엔무브가 예비심사 청구를 앞두고 제동이 걸렸다. 한국거래소가 사전협의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를 보다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SK엔무브는 과거 두 차례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는 시작 전부터 암초를 마주했다. 최근 강화된 심사 기조 속에서 '물적분할' 문제가 새삼 도마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IPO 시장에서 중복상장 이슈는 크게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 상장 ▲인수합병(M&A)을 통해 편입한 회사 상장 등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SK엔무브는 '물적분할' 이력이 있는 회사라는 점에서 거래소가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물적분할 방식은 기존 주주가 기업가치 상승분을 누리지 못하고 소외된다는 비판이 거세 '중복상장' 분류 중 가장 부정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상장 이후 LG화학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일반주주의 피해가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같은 해 상장 규제를 강화해 '5년 룰'을 만들었다. 물적분할 이후 5년이 지나지 않은 회사가 상장할 경우 주주보호방안 마련을 의무화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적분할 후 최소 5년이 경과한 경우에 한해 상장을 허용하는 비공식적 기준으로 존재해왔다.



최근 거래소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상법 개정안 등으로 주주보호 이슈가 최대 화두로 올라선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5년룰'을 무력화하고 기간 제한 없이 분할 후 자회사 상장 땐 주주보호방안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개정안 시행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거래소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선제적으로 적용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거래소는 이러한 변화를 근거로 SK엔무브 역시 물적분할의 본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는 2009년 10월 SK이노베이션(옛 SK에너지)으로부터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업계에선 거래소의 이 같은 움직임을 '선제적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소액주주 여론과 정치권의 시선을 의식해 투자자 보호 방안을 더 엄격히 요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거래소는 SK엔무브 상장에 앞서 SK이노베이션 주주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주주소통 강화, 자사주 매입, 공모 시 우선배정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다.


거래소는 상장 적격성 판단 기준으로 ▲사업적 독립성 ▲경영상 독립성 ▲모회사 주주 보호 요소를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엔무브의 경우 윤활기유 및 윤활유 전문 기업으로, 자체 브랜드 'ZIC(지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윤활기유 기준 점유율 40%를 기록 중이다. 모회사의 사업 영역과 중복되지 않는 만큼 사업적 독립성 논란은 크지 않다.


다만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의 일반주주에 대한 보호 조치가 강화돼야 예비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엔무브는 과거 예심을 두 차례나 통과한 이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봤다"며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투자자 보호라는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조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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