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그룹형지 톺아보기영업이익 삼킨 이자비용…현금창출력 '뚝'

[딜사이트 권재윤 기자] 패션그룹형지가 지난해 현금창출력 급감과 자회사 부진의 이중고 속에 당기순손실로 돌아섰다. 영업이익은 흑자를 유지했지만, 이자 비용이 이를 크게 상회하면서 재무 여력이 급격히 위축됐다. 운전자본 부담 누적에 따른 유동성 악화가 외부 차입 확대를 불렀고 이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가 연결 실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패션그룹형지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96억원으로 전년 390억원 대비 75.4% 감소했다.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실질적인 현금 유입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회사는 영업이익 4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 성과가 실질적인 현금 창출로 이어지지 못한 모습이다.

현금창출력이 급감한 배경에는 운전자본 부담 누적이 있다. 매출채권 회수 지연으로 12억원의 자금이 묶였고, 재고자산은 176억원 늘어나며 자금 회전에 차질을 빚었다. 이처럼 자산에 현금이 묶이면서 내부 유동성 여력이 줄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외부 자금 조달이 늘어났다.
업계에선 이러한 운전자본 부담이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장기화된 패션 시장 불황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류 수요 둔화 속에 매출채권 회수는 지연됐고 재고자산이 누적되며 유동성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보인다.
패션그룹형지의 2024년 단기차입금은 19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1.4% 늘었고, 장기차입금도 23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총 차입금은 2162억원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189.2%로 100%를 훌쩍 웃도는 수준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 역시 직전연도 334%에서 453%로 치솟으며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차입 확대는 이자비용 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손익계산서 기준 금융 비용은 296억원으로 영업이익(47억원)의 6배를 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이자지급액은 전년(218억원)대비 11% 증가한 242억원에 달해 자금 운용 여력 전반을 제약했다.
여기에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도 연결 손익에 악영향을 미쳤다. 형지글로벌은 지난해 163억원의 순손실을 냈으며 네오패션형지와 아트몰링도 각각 117억원, 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에서 이러한 손실은 고스란히 반영되며 패션그룹형지의 실적을 끌어내렸다.
결국 패션그룹형지는 2024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도 2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본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이 동시에 흔들리는 가운데 자회사 손실까지 겹치며 전반적인 수익 기반이 무너진 결과다.
김락준 경희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다"며 "매출 채권 회수, 과잉 재고 정리, 유휴자산 매각 등 전방위적 자구 노력이 병행되어야만 현금 유동성과 재무 안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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