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모태 1차
'수장 교체' 현대투자파트너스, 여성펀드 GP 선정
성장금융 출신 대표, 펀딩 성공 뒤 돌연 사임…신임 대표 전문성 논란도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8일 10시 2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투자파트너스 펀드 운용 현황(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현대그룹 계열 벤처캐피탈(VC)인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최근 펀드레이징에 속도를 내며 출자사업에 연이어 도전장을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출신 대표가 갑자기 교체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이다. 


VC업계에서는 올해 현대투자파트너스가 펀드 결성에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수장을 교체한 만큼 올해 펀드레이징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JC파트너스 출신 김영민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업계에 능통한 전문가를 영입해 인수합병(M&A)·바이아웃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당시 현대그룹의 복안이었다.


김영민 대표는 1979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을 거쳐 하나증권, 부국증권에서 근무했다. 이후 오릭스PE와 JC파트너스에서 여러 인수 작업을 성사시키면서 PE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김 대표 선임 후 현대투자파트너스는 펀드레이징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올해 모태펀드(중소벤처기업부 소관)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지원해 여성기업 분야 단독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모태펀드에서 100억원을 출자 받아 최소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소관하는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사업에도 지원했다. 해당 출자사업 중 가장 경쟁률이 높은 미래환경산업 내 사업화 분야에 LF인베스트먼트와 손잡고 함께 출사표를 냈다. 모태펀드는 해당 분야에 지원한 8개사 가운데 1개 GP를 선정할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다음 달 중으로 발표한다.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출자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김영민 대표의 선임 과정이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전임자인 김민엽 전 대표가 펀드레이징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김영민 대표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김 전 대표는 기술보증기금, 금융위원회를 거쳐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투자운용2본부 혁신금융실장을 지낸 인물이다. 성장금융은 한국벤처투자와 함께 벤처업계 정책금융기관의 양대산맥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혁신금융실장은 성장금융의 핵심 기능인 모험자본 공급을 위한 펀드 기획과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다. 


김 전 대표는 2022년 10월 현대투자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취임하자마자 펀드레이징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대투자파트너스는 2023년 7월 성장금융이 출자하는 '코넥스 스케일업 펀드 2차' 사업에서 GP로 선정됐다. 성장금융에서 250억원을 출자 받아 1년여에 걸친 펀드레이징 끝에 2024년 6월 500억원 규모의 'HIP 제5호 코넥스-스케일업 첨단제조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을 조성했다. 출자자(LP) 모집이 여의치 않아 모집 기한을 한 차례 연기하는 등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이는 현재까지도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운용 중인 펀드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현대투자파트너스가 성장금융 출자 사업을 따낸 것도 회사 설립 이후 최초였다. 성장금융 출신 대표를 영입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의 재임기간, 현대투자파트너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모태펀드 출자사업도 따내면서 지난해 디지털혁신 신기술사업투자조합 1호(125억원)와 2호(177억원)를 결성하는 성과도 거뒀다.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 임기 동안에만 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신규 조성했다. 1000억원 초반대에 그치던 회사의 운용자산(AUM)도 2072억원으로 증가시켰다. 


펀드레이징 호조 덕분에 회사의 실적도 증가했다. 2023년 3억원의 영업적자를 극복하고 지난해 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투자조합수익도 지난해 39억원으로 전년(25억원) 대비 56% 증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과에도 김 전 대표는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10월 돌연 사임했다. 임기 만료를 5개월 남겨둔 시점이다. 현대투자파트너스가 LP 출신 김 전 대표를 펀드레이징에만 이용한 뒤 내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VC업계 관계자는 "당시 성장금융 내부에서 현대투자파트너스의 행태를 성토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LP 출신 대표를 내보낸 뒤 영입한 김영민 대표가 VC보다는 M&A를 주로 다루는 PE업계 출신이라는 점도 뒷말이 나오는 배경 중 하나다. 김 대표는 두산그룹의 DST 매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매각, 주류 사업부 매각, 테크팩 사업부 매각 등 M&A 분야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다. 반면 VC업계 경력은 전혀 없다. 


VC업계 임원은 "현대투자파트너스의 대표 선임이 업계 전문가보다는 그룹 고위직 임원과의 연줄로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며 "여러 측면에서 VC업계의 비판을 받을만한 요인이 많았던 인사"라고 말했다.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그룹 계열사 임원들이라는 점에서 VC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대투자파트너스 최대주주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으로 지분 43.6%를 보유하고 있다. 2대주주 역시 현 회장 본인이 최대주주(지분 19.3%)인 현대엘리베이터이며 현 회장의 아들인 정영선 씨도 현대투자파트너스 지분 3.9%를 갖고 있다. 


현대투자파트너스의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이백훈, 최종윤 사내이사와 이우일 감사 등 임원 3인 모두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에 재직 중이다. 이백훈 이사는 현 회장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로 현재 현대아산 대표와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 총괄본부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대무벡스를 이끌고 있는 도익한 대표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투자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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