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악이 되기 위한 수주 경쟁
포스코이앤씨-HDC현산 맞대결…양측 모두 붕괴사고 이력 '씁쓸'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7일 09시 09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서울 용산 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두고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쟁이 치열하다.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초대형 정비사업인 데다 서울 한복판 용산이라는 입지적 매력, 인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연계되는 사업성 등이 부각되면서다.


알짜사업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두 시공사 모두 공사비, 이주비, 금융지원 등 파격적 조건을 내놓고 조합원 표심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비 정산 방식으로 '분양수입금 내 기성불' 조건을 내건 것으로 전해진다. 조합이 분양수입을 일정 부분 확보할 때까지 공사비 회수를 유예해 조합의 재무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더해 ▲이주비 최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60% 보장 ▲착공 후 공사비 지급 18개월 유예, 입찰 후 공사비 물가상승 20개월 유예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했다. 


HDC현산의 조건 역시 포스코이앤씨에 뒤지지 않는다. HDC현산은 공사비를 평당 858만원으로 제시했다. 조합의 예정가 960만원 대비 100만원 이상 낮다. 사업비 조달 금리는 CD+0.1%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조합의 금융비용 부담을 낮췄다. 최저 이주비는 세대당 20억 원(LTV 150%)으로, 국내 정비사업 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포스코이앤씨와 HDC현산은 각각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을 최고급 하이엔드 주거단지와 글로벌 복합상권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40-641 일대 7만1901㎡(2만1750평) 부지에서 진행된다.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의 초고층 빌딩 12개 동에 아파트 777가구(분양 678가구, 임대 99가구), 오피스텔 894실, 상업·업무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9558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더해 인근 용산구 한강로 3가 40-1번지 일원 약 50만㎡(15만1250평) 부지에 서울시 주도로 추진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따른 직접적 수혜지로 꼽히기도 한다.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사업이다. 하지만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이 마무리된 이후 장밋빛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불안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포스코이앤씨와 HDC현산이 참여하며 맞대결이 형성됐는데, 두 시공사 후보 모두 붕괴사고로 얼룩진 과거 이력을 지니고 있어서다.


지난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포스코이앤씨 근로자 1명이 사망했고, 하청업체 굴착기 기사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포스코이앤씨는 해당 사고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법적 조사를 받고 있으며, 시공능력과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HDC현산은 2021년 6월과 2022년 1월 연달아 2건의 대규모 붕괴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치는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이어 2022년 1월에는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는 건물 외벽 일부가 붕괴돼 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법원은 붕괴사고를 두고 부실시공과 시공사의 중대한 과실을 인정했고, 결국 HDC현산은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었다.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에 있어서 각 시공사가 내건 조건 등을 바탕으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하지만 두 곳 모두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붕괴사고 이력을 지니고 있는 탓에, 조합원에게는 안전이 보장되는 '최선'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최악을 피하는 '차악'을 위한 선택만이 남은 셈이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은 용산 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앞 다퉈 파격조건을 내놓고 있다.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조건 경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안전관리 계획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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