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상장 사모펀드 앞에 놓인 갈림길
행동주의 타깃 스틱인베…경계보다 책임경영 강화 기회 삼아야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08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주식시장에서 상장(上場)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투명성'이라는 강점을 얻는 대신 주주들의 '감시'라는 불편한 그림자도 따라온다. 그런 점에서 비공개 계약을 원칙으로 하는 사모펀드(PEF) 업계는 상장을 본인들과 맞지 않는 옷으로 평가해 왔다. 최근 국내 유일 '상장'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인베)가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면서 그러한 평가에 다시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올해 스틱인베 지분 6.64%를 신규 취득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와 코웨이, 두산밥캣 등에 배당 확대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온 대표적인 국내 행동주의 펀드다. 스틱인베의 주식이 해외 상장 사모펀드와 비교해 저평가돼 있다며 개선 여지가 크다는 판단 하에 지분을 매입했다고 전했다. 


2023년부터 스틱인베 주식을 매입해온 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미리캐피탈도 지난달 지분을 11.68%로 끌어올렸다. 두 곳 모두 경영권을 겨냥한 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스틱인베 입장에서는 지분 보유 사실이 공시된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주식시장 상장은 기피 대상에 가까웠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폐쇄적인 틀 안에서 소수의 사람들에게 제한된 정보만 공개해왔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귀 기울여야 하는 평가는 오로지 펀드에 자금을 조달한 기관투자자(LP)들의 몫이었다. 펀드 수익률과 운용 전략의 정당성도 LP들과 맺은 계약 안에서 검증받는 구조다.  


상장사의 정기적인 공시와 주주들의 감시는 이같은 운용 방식과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이라는 게 결국 수익 내역이나 운용 전략을 외부에 어느 정도 보여주고 간섭도 받겠다는 건데 사모펀드에게 딱히 달가운 구조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틱인베는 2021년 모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였던 디피씨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대형 펀드 조성을 위한 GP커밋(운용사 출자금) 확보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등이 명분이었다. 그 후 몇 년 간 별다른 잡음 없이 지나왔지만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으로 상장사로서 극복해야할 문제를 처음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이 상황을 마냥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최근 만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책임경영이니 투명성이니 하던 것들이 사모펀드들에게도 공개적으로 요구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모펀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균열이 간 지금, 책임 있는 대응과 주주와의 소통은 스틱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를 일방적으로 경계하기보다는 이사회 구성이나 배당 확대, 임원들의 성과보수 같은 쟁점에 대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마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얼라인파트너스와 미리캐피탈은 아직까지 공개적인 압박보다는 수면 아래서 협의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지금까지의 '조용한' 운영 방식을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외부 투자자들의 감시를 감수하며 상장사로서 책임 있는 소통에 나설 지 주목된다. 행동주의 펀드가 던진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는 이제 스틱인베의 몫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1,006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