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지혜 기자]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빠르게 정리되고 있으나 사업장 특성별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보다는 수도권에서, 사업장 유형별로는 비주거 시설보다는 주거시설을 중심으로 PF 회수·정리에 속도가 붙었다.
다만 정리된 것으로 분류된 본PF 가운데 일부는 부동산 담보 일반대출로 전환돼 여전히 미분양 리스크가 남아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함께 앞으로 정리해야 하는 고정이하 PF의 대부분이 브릿지론에 몰려있는 만큼 향후 PF 정리 속도가 다소 더뎌질 것으로 전망됐다.
◆저축은행 PF 정리 속도 가장 빨라…일반대출 전환된 본PF 모니터링 필요
한국신용평가가 29일 진행한 'PF 구조조정, 어디까지 왔나' 세미나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잔액은 지난해말 기준 1조5000억원으로 6개월 전보다 24%, 2023년 말 대비 42% 감소했다. 지난 2023년 137.5%에 달하던 자본 대비 PF 비중도 지난해 말에는 91.9%까지 하락하면서 양적 부담이 경감됐다. 같은 기간 총여신 대비 PF 비중은 16.3%에서 10.2%로 내려왔다.
정호준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PF 익스포저가 2금융 전 업권에서 가장 빠르게 감소했다"며 "증권이나 캐피탈 대비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이 많아 압박이 컸고, PF 신규 취급 여력이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 회수·정리된 PF는 본PF 3406억원, 브릿지론 2826억원 등 총 623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본PF의 45.8%는 상환됐고, 37.7%는 일반대출로 전환, 12.1%는 리파이낸싱됐다. 브릿지론의 경우 10.6%가 본PF로 전환됐고, ▲상환(31.3%) ▲리파이낸싱(25.9%) ▲매각(12.6%) ▲경공매(10.3%) 등 다양한 경로로 회수·정리됐다.
본PF 가운데 일반대출 전환 사업장이 대부분 요주의 사업장으로, 향후 완전히 회수가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사업장은 본PF가 부동산 담보대출로 바뀐 상태로 여전히 저축은행의 포트폴리오에 남아있는 경우다. 사업장 완공으로 실질적인 담보가 생겼지만 실제 분양수익으로 완전히 이어지지 않은 만큼 미분양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태다.
정 애널리스트는 "브릿지론의 경우 경공매와 매각, 리파이낸싱 등 정리 수단의 비중이 컸지만 본 PF는 상환이나 일반대출 전환 등으로 회수된 비중이 높았다"면서도 "일반대출로 전환된 본PF는 담보물의 분양률, 임대수익 등 사업 성과가 반영되지 않아 경우에 따라 리스크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 PF 회수·정리 현황 '양극화'…지역·유형·단계별 차이
PF의 지역과 유형에 따라 양극화 현상도 나타났다. 회수·정리된 PF는 수도권 주거시설에 집중돼 있었다. 회수된 고정이하 브릿지론의 52%는 수도권 주거시설이며, 지방은 주거시설이 17%, 비주거시설이 16%로 작은 비중을 차지했다. 본PF 역시 정리된 고정이하 사업장의 58%가 수도권 주거시설이었다. 지방의 경우 주거(6%)·비주거(20%)시설 모두 비중이 크지 않았다.
정 애널리스트는 "결국 PF 사업장 정리에서도 회수 전망이 비교적 밝은 수도권 주거 사업장과 그 외 지방 비주거 사업장 간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의 손실인식도 브릿지론과 본PF 사이에 차이를 보였다. 브릿지론의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상반기 18.2%에서 하반기 21.6%로 올랐다. 이에 비해 본PF의 경우 같은 기간 10.2%에서 8.3%로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 부실 사업장이 정리되면서 충당금 적립률도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업권의 잔존 PF 전이대상 익스포저는 ▲지방의 비주거 브릿지론 5292억원 ▲미개시·비분양 본PF 4226억원 ▲분양성과가 저조한 본PF 963억원 등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체 익스포저의 68% 수준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분양 미개시, 비분양형 본 PF는 낮은 고정이하 비율로 인해 충당금 적립률도 7%로 낮고 지방과 비주거 비중이 약 70%로 높다"며 "이들 PF의 약 40%가 공급 과잉으로 공실 위험이 높은 물류센터로 구성돼 취약하다"고 말했다.
◆ 고정이하 잔액 감소하며 PF 대출 건전성 개선
브릿지론과 본 PF 모두 고정이하 잔액이 감소하며 질적 위험도 덜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 PF의 고정이하 잔액은 지난해 하반기 약 1900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300억원은 브릿지론에서 정리됐다. 다만 비중으로 보면 본 PF는 고정이하자산의 54%는 회수를 통해 정리됐지만 브릿지론의 경우 24%만 정리됐다.
본 PF의 경우 구조조정을 통해 요주의 비율과 고정이하 비율은 지난해말 기준 각각 7%, 45%로 상반기 대비 4%포인트, 7%포인트 내렸다. 브릿지론의 경우 같은 기간 고정이하 비율이 1%포인트 오른 52%를 나타냈고, 요주의 비율 역시 3%포인트 올라 32%를 기록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정리 과제라고 할 수 있는 고정이하 대출 가운데 본 PF는 절반 이하만 남은 반면 브릿지론은 약 75% 남은 상태"라며 "특히 브릿지론은 일부가 회수의문이나 추정손실로 전이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장의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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