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평택 시계...P4 PH3는 '계획대로'
PH2, '하이브리드 팹' 전환 결정되면서 계획 구체화돼
이 기사는 2025년 05월 0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제공=삼성전자)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4공장(P4) 투자가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페이즈(PH)3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PH3 이후 진행될 예정인 PH2의 공사 속도도 점차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PH2는 최근까지만 해도 현장 개설 시점조차 확정되지 않았으나, 하이브리드 팹으로 전환하기로 결정되면서 공사 계획이 구체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P4 PH3는 당장 오는 5월에 마감공사를 끝낼 예정이다. 이후 6월에는 삼성전자 측에서 (도면대로 공사가 잘 됐는지) 검측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 기간이 한 달 정도 걸린다"며 이어 "7~8월에는 미비된 부분을 수정해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H3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제조하는 라인으로 알려졌다.


PH3 마감공사는 삼성물산이 진행한다. 계약 규모는 1조8656억원으로, 지난해 수주 계약 공시 상에서 계약기간이 올해 10월 31일까지로 명시된 점을 감안하면 공사가 예정보다 빠르게 마무리되는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현장 내 설비는 올초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공정은 세부적으로 8단계로 나뉘는데, 설비 역시 이 공정 순서에 맞춰 순차적으로 반입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검측, 수정까지 모두 마쳤다고 해서 바로 가동 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PH3 수정 작업 이후 리트로핏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트로핏은 기존 시설을 일부 확장하거나 성능을 개선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평택캠퍼스는 지난해부터 전반적인 리트로핏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 한 관계자는 "앞서 지어진 1공장(P1), 2공장(P2), 3공장(P3)은 가동한 지 몇 년 이상 지났으니 성능 개선 작업을 진행하는 게 이해가 된다"며 "하지만 P4 PH3는 조만간 마감공사를 끝내면 사실상 설비가 최신 상태인데, 곧바로 리트로핏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긴 한다"고 덧붙였다.


리트로핏이 완료되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앞선 관계자는 "원래 6~7월에는 가동에 돌입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H3 공사 속도가 빨라지면서, PH2의 일정도 예상 외로 앞당겨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래 파운드리 라인으로 설계된 PH2와 PH4를 먼저 구축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파운드리 사업 부진 등을 고려해 D램 생산라인인 PH3를 우선 착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초 현장 개설 시점조차 불투명했던 PH2는 최근 하이브리드 팹 전환이 결정되며 일정에 윤곽이 잡히는 분위기다. 이는 앞서 낸드플래시 메인 팹으로 설계됐던 PH1을 낸드와 10나노급 4세대(1a) D램을 함께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변경한 사례와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PH3 역시 하이브리드 팹으로 전환할지를 두고 검토했지만, 현재로서는 순수 D램 제조 라인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PH2는 이르면 5월부터 라인의 절반을 철거하는 공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파이프라인을 제거한 후 관련 설비를 9월 중에 본격 투입할 계획"이라며 "PH3 공사가 마무리되면 일부 현장 인력이 PH2의 D램 제조 라인 공사에 투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가동 시점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내년 1분기 중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P4 PH2와 P3 PH2를 연결하고 있던 브릿지에도 관련 설비 투자가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P4의 PH2에 기존 파운드리 라인인 P3의 PH2와 연결되는 브릿지를 설치한 바 있다. 해당 브릿지에는 세메스의 웨이퍼이송장치(OHT)가 설치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생산하던 반도체 웨이퍼를 팹과 팹간 자유롭게 이동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투자 속도가 더뎌지면서 해당 브릿지는 여전히 '깡통' 상태로 남아 있다. P4 PH2 공사에 속도가 붙으면 이 구간에도 OHT 설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설치 작업 자체는 크게 복잡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PH4는 현재 진척이 없는 상태다. 앞선 관계자는 "PH4는 현재 팹 전체가 비어 있으며, 다른 공사를 진행 중인 인력들이 임시 현장 사무실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PH4는 PH2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동 시점 또한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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