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4년 만에 추진한 공모 회사채(공모채) 발행 계획을 연기했다. 시장에서는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오랜만에 공모채 시장에 나섰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부동산 경기와 그로 인한 투자 심리위축을 의식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은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전면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은 5월20일 수요예측을 통해 2년물과 3년물 각각 600억원씩 12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같은 달 27일 발행할 예정이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400억원까지 증액 발행도 검토했다.
IB업계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공모채 발행 계획을 잠정 보류했고 새로운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번 발행 계획은 시장 반응을 살펴보려는 '태핑(tapping)' 성격이 강했던 것 같은데 시장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자 발행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발행 의지는 있지만 최근 건설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만큼 수요예측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모채 대신 수요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사모채(사모 회사채)로 자금조달 수단을 전환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SK디앤디, 이수건설, 한신공영, 신세계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상대적으로 발행 문턱이 낮은 사모채 선호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공모채 시장에 나서려는 건설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의 공모채 시장 복귀가 오랜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21년 3월 이후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4년여만에 이뤄진 공모채 시장 복귀전에서 목표 모집액을 채우지 못할 경우, 시장의 신뢰도 하락으로 인해 향후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채 발행 일정을 연기한 것이지, 취소된 건 아니다"라며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당분간 시장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며 발행 재개 시점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결정된 부분은 없다"며 "발행시기 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시로부터 받은 8개월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지난 21일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해당 처분은 2021년 6월 9일 발생한 건축물 해체 공사 부실로 인해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측은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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