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닥 상장사 'FSN'이 자회사 '하이퍼코퍼레이션'과 거리두기에 나서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상석 하이퍼코퍼레이션 대표가 FSN 각자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 하이퍼코퍼레이션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FSN 실적과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하이퍼코퍼레이션'을 떼어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특히 하이퍼코퍼레이션이 바이오 사업부문의 신약 및 진단기기 중심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는 등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면서 모회사 FSN과의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SN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상석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FSN은 그동안 이상석 대표와 서정교 대표를 각자대표로 공동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이상석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새롭게 사내이사로 선임된 박태순 대표가 맡았다. 서 대표와 박 대표는 공동대표로 FSN을 이끌어하게 됐다.
FSN 각자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이상석 대표는 하이퍼코퍼레이션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상석 대표는 FSN 각자대표와 함께 하이퍼코퍼레이션 대표직도 맡고 있었다.
이번 인사를 두고 FSN과 하이퍼코퍼레이션은 바이오·테크 등 미래 신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인사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과 교통정리 후 처음으로 바이오 사업 부문의 신약 및 진단기기 중심 파이프라인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FSN은 지난해 하이퍼코퍼레이션(옛 메디프론)을 인수한 뒤 FSN 중심의 브랜드 액셀러레이팅 사업과 하이퍼코퍼레이션 중심의 뉴테크 신사업 등 두 축으로 사업체제를 재편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테크 계열사 지분을 하이퍼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
이상석 하이퍼코퍼레이션 대표는 "전반적인 사업 구조 개편과 더불어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며 "신약과 진단기기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선 이상석 대표의 자리 이동이 사실상 하이퍼코퍼레이션의 대규모 손실에 따른 책임성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8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40배가 넘는 수준이다. 관계기업투자 손상차손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평가손실 영향이 컸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61억원으로 집계돼 최근 5년새 가장 큰 규모다.
FSN은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 33.51%(특수관계자 포함 시 43.22%)를 보유한 모회사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을 종속기업으로 연결 재무제표로 반영하다보니 실적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FSN의 종속기업 중 매출은 3번째, 자산은 2번째로 큰 회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FSN은 실적 자료에서 '하이퍼코퍼레이션 제외'를 강조했다. 종속기업인 하이퍼코퍼레이션 실적을 제외할 경우 보다 나은 기업가치를 시장에 각인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회사 부스터즈에 힘입어 FSN의 실적 개선폭이 컸던 만큼 하이퍼코퍼레이션의 실적 악화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던 부분이다. 지난해 부스터즈의 실적 호조를 등에 업고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에 자본잠식률 67.2%에 달해 하이퍼코퍼레이션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는 점도 FSN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FSN 입장에서는 자회사 하이퍼코퍼레이션이 실적 개선세와 기업 밸류에이션 평가에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FSN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향후 결별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분 매각 등을 통해 하이퍼코퍼레이션을 종속기업에서 떼어낼 경우 FSN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어서다. 다만 현실화되기 위해선 이상석 대표가 보유한 FSN 지분과 FSN이 보유한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을 각각 정리해야 한다. 상당한 자금이 있어야 하는 만큼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업계에선 FSN의 과거 행보를 봤을 때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FSN이 보유한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을 이상석 대표 등 우호세력에게 넘긴 뒤 대금납입은 추후 정산하는 식의 거래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이상석 대표가 보유한 FSN 지분이 활용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FSN의 전신인 옐로모바일 시절 이 같은 방식의 거래를 활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 연합군'으로 한 때 유니콘 반열에 올랐던 옐로모바일은 선(先) 지분거래, 후(後) 대금납입이나 지분스왑 방식으로 수많은 인수합병(M&A)을 진행했다.
FSN과 하이퍼코퍼레이션이 각 사업별 분리 운영을 추진한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분리 운영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확인이 어렵지만 '독자 경영'을 강화하려는 행보로 읽힌다.
FSN은 자사의 기업가치가 지난해 여러 변수로 지나치게 저평가 된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하이퍼코퍼레이션 지분 매각을 통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을려는 니즈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이퍼코퍼레이션은 현재 무상감자(감자비율 87.5%)를 진행 중이다. 6월 무상감자를 통한 재무구조를 개선한 후 올해 하반기에 지분 정리 작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FSN 고위 관계자는 "하이퍼코퍼레이션에 대해선 따로 드릴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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