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한컴위드가 지난해 늘린 현금성자산을 자회사 한글과컴퓨터의 지분 확대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5년차를 맞은 김연수 한컴 대표의 지배력 강화 목적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다토즈'를 통해 165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고 단기차입금과 전환사채를 상환한 후 20억원을 남겼다. 이를 통해 추가 지분 매입도 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로써 김 대표의 한컴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컴위드는 지난 1일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배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계열회사 한글과컴퓨터 2417만9744주를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12월 지난해 금융기관으로부터 '타법인 출자지분 취득을 위한 자금 확보'의 목적으로 빌린 150억원 단기차입금에 50억원을 보탠 200억원 규모다. 취득이 모두 완료되면 한컴위드는 21.52%(2024)에서 28.79% 까지 한컴 지분을 늘리게 된다.
한컴 관계자는 "지난해 관계기업(한컴)주식 취득을 위해 일시적으로 현금성자산을 늘렸다"며 "한컴 자사주 매입 목적 외 차입금은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가 사실상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의 지배력 강화를 위함이라 보고 있다. 이달 기준 한컴의 주주 구성은 최대주주 한컴위드(24.23%)와 6.66%를 보유한 2대 주주 에이치씨아이에이치(HCIH)가 있다. 뒤를 이어 김연수 한컴 대표가 1.57%, 변성준 각자 대표가 0.63%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컴위드 지분 9.07%를 보유한 2대 주주기도 하다. 이번 한컴위드의 한컴 지분율 확대와 함께 김 대표의 한컴 지분도 함께 늘어난 셈이다.
또한 김 대표는 여타 오너 그룹의 증여 방식이 아닌 법인을 통한 직접 투자 방식으로 한컴 지분율을 넓혀오고 있다. 한컴의 2대 주주인 'HCIH'는 김 대표가 7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다토즈'가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다. 당시 다토즈는 HCIH의 지분율 40% 가량을 보유했다.
HCIH는 2021년 5월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김정실 사내이사, 한컴 계열사 캐피탈익스프레스가 보유한 한컴 주식 232만9390주를 전량 인수했다. 총 인수금액은 500억원 규모로, 한컴 전체 지분의 9.4%였다. 당시 한컴 운영총괄 부사장이었던 김 대표는 HCIH를 통한 한컴 지분 획득 이후 3개월 만인 8월 한컴 신임 대표자리에 오르며 '2세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HCIH는 지난해 6월 보유하고 있던 일부 한컴 지분을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HCIH의 한컴 지분율은 10.31%에서 6.66%로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한컴에 대한 지배력 축소를 우려했으나 한컴 측은 "해당 매각은 투자에 참여했던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요청으로 인한 것으로 HCIH가 보유한 6%대의 지분은 김연수 대표 지배 하에 유지될 예정"이라며 김 대표의 영향력엔 타격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다토즈는 HCIH 지분을 처분했다. 지난달 31일 공시된 다토즈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HCIH의 지분율 40%, 순자산가액 199억원 중 165억원을 처분했다. 단기차입금과 전환사채를 상환한 후 20억원을 남겼다. 향후 다토즈를 통한 자금 확보를 통해 한컴 지분을 추가획득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의 다토즈 지분도 늘었다. 다토즈가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2년 기준 김 대표의 지분율은 70.94%였다. 지난달 31일 다토즈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김 대표가 보유한 지분은 77.75%다. 다토즈 자금 용처에 대한 김 대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 취임 4년을 맞은 지난해 한컴은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AI) 밸류체인 구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했다. 지난해 한컴은 전년 대비 12.4% 증가한 3048억원의 매출과 18.2% 증가한 4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로써 회사는 2년 연속 두 자리 수 실적 성장세를 이어오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 시점에서 김 대표가 보유한 직·간접적인 한컴 지분은 10.43%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현재 한컴그룹은 김상철 회장과 아들 김 모씨가 아로와나토큰으로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어 한컴 경영은 물론 향후 김 대표의 그룹 단독 승계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컴 관계자는 "다토즈의 경우 계열사가 아니기에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며 "다만 김연수 대표가 단순 증여보다 직접 지분 인수하는 방향으로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맞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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