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페타시스 점검소송·증시 한파로 유증 흥행 '빨간불'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이수페타시스가 우여곡절 끝에 유상증자에 돌입했지만 흥행에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을 뿐더러 제이오와의 소송 건 등 내부적으로도 악재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초 5500억원이었던 유상증자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며 주가가 반등하긴 했지만 크게 오른 것은 아닌 만큼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이 회사는 외부 요인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7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최종 확정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했다. 이번에 발행하는 신주(보통주)는 1016만2800주이며, 1주당 발행가액은 2만7800원으로 총 조달금액은 2825억2584만원이다. 9일부터 10일까지 주주를 대상으로 배정 후 남은 실권주는 14~15일에 일반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이번 청약에는 이수페타시스의 대주주인 이수와 김상범 회장도 참여한다. 이수는 이수페타시스 지분의 배정 비율인 21.19%를 초과하는 120%의 지분을 매수하겠다고 밝히며 총 250만7223주(697억79만원 규모)를 배정받았다. 그리고 자금 마련을 위해 2월 하나은행으로부터 이수페타시스 주식 137만2340주를 담보로 413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이는 이수가 이수페타시스 지분을 담보로 받은 대출 중 가장 큰 규모다. 김 회장도 책임경영 차원에서 24억7000만원을 들여 배정된 지분 100%를 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 금액 전액을 시설 자금으로 활용해 기존 제1~4공장을 증설하고 제5공장 신설 등 캐파(생산물량)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공장 증설은 2028년 완료될 예정이다. 앞서 이 회사는 올해 시설투자에 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고다층인쇄회로기판(MLB) 업황이 호황을 맞으면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려면 캐파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수페타시스가 유상증자를 시행하는 데는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18일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를 일반공모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주주 가치 희석 우려가 짙어지며 주가가 3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게다가 증자 대금의 3000억원을 2차전지 소재를 만드는 제이오를 인수하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이에 소액주주들이 나서서 반대하기 시작했고 금융감독원도 두 번에 걸쳐 정정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이수페타시스는 유상증자와 인수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국 올해 1월 23일 발표를 통해 제이오가 주식매매계약(SPA)상 계약을 불이행했다고 주장하며 제이오 인수를 철회하고 설비 투자 목적으로만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그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런 굴곡을 겪은 만큼 이수페타시스 입장에서 이번 유상증자는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과제다. 이번 유상증자가 주관사들이 최종 실권주를 잔액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실패할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주주들과 새로운 주주들을 청약에 끌어들여 '흥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떠오르고 있다.
대내적인 리스크로는 인수를 철회한 제이오와 법적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양방의 입장이 갈리는 데다 소송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려의 소지가 커지고 있다.
제이오는 3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수페타시스를 상대로 질권 소멸 통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해 11월 제이오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계약금 158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결국 제이오 인수 계약을 철회하며 제이오가 계약을 불이행한 만큼 계약금 158억원을 돌려받기 위한 소송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제이오는 이수페타시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한 만큼 이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질권 소멸 통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경영상 피해금인 2억원도 손해배상하라고 했다.
현 상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수페타시스 측은 제이오의 소송 제기에 제이오 측의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무산된 것임을 강조하며 "계약금이 반환 대상임을 알고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계약금 몰취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명분 쌓기용"이라며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반면 제이오 측은 계약을 위반한 사항이 없다며 오히려 이수페타시스가 일방적으로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제이오 관계자는 "당일 아무런 언질도 없이 갑작스럽게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며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유상증자에 대해 두 차례 반려까지 당한 상황이었는데 그걸 계기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한 것에 대해 아쉬운 점이 크다"고 반박했다.
유사 사례 중 하나인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 2500억원 계약금 반환 소송이 약 4년 걸린 만큼 소송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이오는 법무법인 화우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한 반면, 이수페타시스는 아직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계약금 반환 등으로 소송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법률 대리인을 통해 법적 절차를 밟아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외적인 리스크로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으로 인한 증시 폭락의 여파가 잔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한국 증시는 미국발 상호 관세의 충격으로 '블랙먼데이'를 맞았다. 코스피는 2400선이 뚫린 2328.20으로, 코스닥 지수는 651.30으로 마감했다. 그다음 날인 8일에는 코스피 지수 2334.23, 코스닥 658.45로 소폭 상승했지만 시장의 불안함은 남아 있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유상증자 규모 축소 발표에 반등하며 전일인 7일 종가인 2만8650원보다 5.9% 오른 3만25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어두운 가운데 유상증자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유상증자 규모가 줄어든 만큼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도 줄어든다. 그런 내용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현재 시장이 안 좋다는 점이 (유상증자에 있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주가가 예상보다 너무 많이 빠져서 더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이수페타시스 관계자는 "현재는 경제 상황 등 여러 가지 외부 요인 등 고려 사항들에 대해 지켜봐야 할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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