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령 기자] 파미셀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5G 장비용 핵심소재로 부상한 저유전율 소재 생산 확대에 나선다. 이 소재는 기존 주력인 바이오케미컬 부문 내에서도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다. 회사는 울산 온산공단에 제3공장을 증설하고 대량 생산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총 300억원이 투입되며 고도화된 자동화 설비를 통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파미셀은 지난달 24일 AI 산업 성장과 함께 급증하는 저유전율 소재 수요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제3공장 신설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부지 면적은 약 1만6500㎡(5000평)로 기존 1·2공장을 합한 면적보다 1.75배 이상 크다. 신공장은 연속생산 공정 기반으로 설계되며 2026년 여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저유전율 소재는 AI 가속기의 고속 연산과 고집적 회로 특성상 회로 간 간섭을 줄이기 위한 절연 소재로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이다. 딥러닝 및 생성형 AI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는 GPU·NPU·ASIC 등 고성능 칩의 전력 소모와 발열이 크기 때문에 고품질 절연소재 수요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증설은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없이 보유현금으로 충당한다. 이 회사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3억원, 매출채권 및 기타유동채권 166억원, 기타 유동금융자산은 30억원이다. 회사 측은 필요할 경우 일부 은행 차입만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파미셀은 두산 전자BG를 통해 엔비디아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과 '블랙웰'에 사용될 저유전율 소재의 단독 공급을 추진 중이다. 대만 경쟁사 EMC가 주문형 반도체(ASIC)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한 만큼 공급사 이원화 가능성은 낮아 파미셀이 독점적 수혜를 누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파미셀은 올 하반기 루빈용 샘플 출하를 시작으로 2026년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증설은 바이오케미컬 부문 내 실적 흐름과도 무관치 않다. 파미셀은 줄기세포치료제(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 화장품, 품질검사대행서비스 등을 포함한 '바이오메디컬' 사업부와 뉴클레오시드·PEG 유도체·저유전율 소재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케미컬' 사업부로 구성돼 있다. 2024년 전체 매출 649억원 중 97%인 628억원이 바이오케미컬 사업부에서 발생했다.
이 가운데 저유전율 소재는 지난해 매출 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144억원을 기록하며 고성장 사업으로 부상했다. 케미컬 부문 전체 매출도 2022년 586억원, 2023년 545억원에서 2024년 628억원으로 성장 중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라 저유전율 소재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속 연산과 고집적 회로를 지원하는 특수 절연소재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지 조합 및 경화 공정 기술 등 고난이도 제조 역량과 고객사 인증이 요구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고 공급사 변경도 쉽지 않다.
나아가 파미셀이 공급을 추진 중인 엔비디아용 소재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거래가 성사되면 장기적인 안정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MC가 ASIC 분야에 집중하면서 주요 고객사 공급선 이원화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 전자BG가 엔비디아 차기 AI칩 루빈의 단독 품질 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파미셀의 증설은 루빈 양산 시점과 맞물려 있으며 추가적인 ASIC 고객 진입 가능성까지 반영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고품질이 요구되는 AI 가속기용 소재는 공급사 이원화가 쉽지 않기 때문에 두산이 이원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점도 파미셀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미셀 관계자는 이에 대해 "AI 가속기 핵심소재 수요 확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증설 결정"이라며 "외부자금 조달 없이 보유 현금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