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B세미콘이 LB루셈을 흡수합병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할 예정이다. 편입되는 자산에 비해 부채가 적다보니 유동비율을 높이고 부채비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다만 적자 탈출은 과제로 남았다. 회사 측은 두 회사가 수익성이 낮은 디스플레이구동칩(DDI)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전력반도체에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LB세미콘은 지난 2월 1일부로 자회사인 LB루셈을 흡수합병했다. 합병비율은 1:1.1347948로, 기업 지배구조는 LB→LB세미콘→LB루셈에서 LB→LB세미콘으로 단순화된다. 합병 후에도 존속회사 이름은 LB세미콘으로 유지되며, 대표 집행임원은 김남석 LB세미콘 대표이사가 맡게 된다.
LB루셈은 지난 2017년 ㈜LG가 '부가가가치가 낮은 사업을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범 LG가'인 LB세미콘에 750억원에 매각한 회사다. 당시에는 LB루셈의 영업이익이 1억원대에 불과해 비싸게 매입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후 기업가치가 3000~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하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LB세미콘은 유동성이 증가하고,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져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효과가 인식되기 전인 지난해 6월 말 기준 LB세미콘의 자산과 차입금은 각각 5999억원, 3301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55.0%, 부채비율은 183.7%에 달했다.
반면 LB루셈의 자산은 2481억원인데 비해 차입금은 없어, 편입되는 자산에 비해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합병 후 차입금의존도는 42.2%, 부채비율은 113.8%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 자산에는 2023년 일진디스플레이로부터 매입한 530억원 규모의 평택 공장도 포함돼 있다.
동시에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유동비율 역시 개선된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LB세미콘의 유동비율은 42.7%였으나, 합병 후에는 70.7%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는 LB세미콘의 유동자산은 1877억원에 LB루셈의 유동자산(879억원)이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합병 효과는 올해 사업보고서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하지만 적자 탈출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LB세미콘은 반도체 업황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2023년부터 적자를 내는 실정이다. 지난해 매출은 4500억원으로 전년(4160억원)보다 8.2%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88억원으로 전년(-127억원) 대비 약 50%나 급감했다.
영업이익 악화의 주요 원인은 LB세미콘의 주력 사업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시장이 IT 제품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근 LB세미콘이 회사 차원에서 DDI 의존도를 줄이고 종합 OSAT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LB루셈도 사실상 DDI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인 만큼, 두 회사가 주력 사업에서 시너지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LB루셈의 경우 DDI 팹리스 기업 LX세미콘의 매출 비중만 80%에 달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B세미콘이 LB루셈에 논-DDI 패키징 사업을 일부 맡겼으나, 여전히 DDI 쪽에 치중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LB세미콘은 DDI 외 신사업에서도 합병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전력반도체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은 웨이퍼 테스트와 파이널 패키지 테스트 등으로 나뉘는데, LB세미콘은 전자를, LB루셈은 후자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합병을 통해 두 회사는 전력반도체용 패키징 서비스를 턴키 방식으로 구축해, 올해부터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시너지는 최근 LB세미콘이 AI 데이터센터용으로 수주한 전력반도체 패키징 신규 프로젝트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LB세미콘 측은 "BGBM(Back Grinding Back Metal)·RDL(재배선)·ENIG·타이코 그라인딩·MOSFET 웨이퍼 테스트에 이르는 전력반도체용 턴키 공정을 구축했다"며 "LB세미콘과 LB루셈은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일본 R사, 미국 V사와 협력, '임베디드 서브스트레이트 전력 공급(SPS)'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한 관계자는 "올해 차입금을 크게 상환할 예정이다. 기존에는 대부분을 은행에서 차입했다면, 앞으로는 금융권을 다변화해 이율을 최대한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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