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2023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반도체 재고로 볼 수 있는 재공품과 반제품의 재고자산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부문 또한 시장 둔화와 경쟁 심화로 재고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수급이 다소 약세를 보이겠지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 등으로 2분기부터 시장이 본격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회사 측은 1분기 약세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완성도를 강화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 기준 재고 자산은 51조7549억원으로 전년(51조6258억원)보다 1289억원 늘었다. 삼성전자의 재고 자산은 ▲2020년 32조431억원 ▲2021년 41조3844억원 ▲2022년 52조1878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고자산 총장부 금액은 56조7378억원으로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4조9829억원으로 잡히면서 51조7549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2023년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7조396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2조4131억원 줄은 수준이다.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시장 상황에 따른 재고의 가치 하락 가능성을 예상해 설정해 두는 금액이다. 재고 가치가 높아지면 회계적으로 이를 제거(환입)한다. 환입된 충당금은 매출원가에서 차감되며 비용을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발생시킨다.
구체적으로 제품 및 상품의 재고자산은 13조8422억원, 반제품 및 재공품은 22조3404억원, 원재료 및 저장품은 14조1462억원, 미착품은 1조425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중 반도체로 추정되는 반제품·재공품의 경우 전년(22조1984억)보다 1조4203억원 늘었다. 반도체의 경우 복잡한 공정과 긴 생산 주기로 인해 제품이 오랜 시간 생산라인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통상적으로 제품 완성까지 중간 단계를 거치는 중인 반제품과 재공품이 제품·상품보다 많다.
반제품·재공품의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은 2조4677억원으로, 지난해 4조3032억원보다 1조8355억원 줄었다. 반제품·재공품의 재고자산 평가충당금이 전년(2023년)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초불황이었던 2023년보다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DS부문 매출은 전년(66조5945억원)보다 68.8% 증가한 111조66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15조1000억원으로 전년도 14조8000억원 영업 적자에서 흑자 전환됐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3.6회로 전년(3.5회)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고자산 회전일수는 101일로, 전년의 104일보다 3일 줄었다. 이 회사의 최근 5년간 재고자산 회전율은 ▲2020년 4.9회 ▲2021년 3.5회 ▲2022년 4.1회로 점차 감소해 왔다. 자산 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10.0%로, 전년(11.3%)보다 감소했다.
부문별로 봤을 때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총 재고 자산이 19조9127억원으로 전년(18조8204억원)보다 1조922억원(5.8%) 증가했다. SDC(디스플레이) 부문의 경우 1조2010억원으로 전년(1조1522억원) 대비 4.2% 늘었다. 반면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29조6885억원으로 전년(30조9987억원) 대비 1조3101억원(4.2%) 줄었다. DS부문의 재고자산이 줄었지만 실질적인 반도체 재고라고 볼 수 있는 반제품·재공품은 21조919억원으로, 전년(20조9617억원)보다 1301억원 늘었다. 업황이 개선돼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개선됐음에도 반도체 재고가 제자리 걸음이라는 의미다. 그 외 하만의 재고자산은 전년(1조8497억원)보다 증가한 2조1063억원을 기록했다.
DX부문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 둔화됨과 동시에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DX 부문의 가동률은 TV·모니터 79.8%, 스마트폰 72.8%였다. 스마트폰의 경우 생산 대수가 1억8999만대에서 1억9350만대로 증가했으며 가동률도 전년(66.7%)보다 6.1%p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Z6 시리즈, 갤럭시Z폴드 SE를 출시해 폴더블 라인을 다각화하고 AI를 탑재한 갤럭시S24를 출시했다. 지난해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10조6000억원으로 전년(13조원) 대비 18.5% 감소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모바일 시장 부진과 경쟁 심화로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9조1578억원으로 전년(30조9754억원) 대비 1조9176억원 줄었으며 영업이익도 5조95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에는 지난해에 이어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D램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데다 딥시크 출시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촉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D램 가격은 최근 한 달 내 6% 넘게 상승했으며 낸드플래시의 경우 해외 일부 업체에서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업계의 1분기 실적에 대해서 회의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1분기는 통상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서 비수기로 분류된다. 이에 PC·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하더라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반도체 재고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전체 재고와 DS부문에서의 반제품·재공품 재고자산이 늘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도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1분기 시황은 수급에서 다소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그러나 D램의 경우 AI 투자 부문이 증가하고 있고 중화권을 중심으로 모바일 재고 소진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에 따른 수급 균형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사업보고서를 통해 "단기적으로 약세가 전망되며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반도체 수출 통제와 거시경제 등 메모리 시장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술력 증진을 꼽았다. 전 부회장은 "미중무역갈등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실적 회복에 대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나 수요 회복의 기회도 될 수 있다"며 "예상되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내부 제품 완성도를 강화하고 조직 개편 등을 통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2분기 혹은 하반기부터 고객사에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재고 관리와 관련해 세부적인 사항은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부문 재고자산 충당금이 줄어든 것은 반도체 업황 개선의 영향이 크다. 재작년과 지난해 업황 차이가 워낙 컸던 부분이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재고 관리 방안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부회장이 주총 때 밝힌 내용을 참고해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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