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흥행 실패
기술심화 분야 지원사 없어…상반기 재공고 예상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기술심화 분야 출자계획(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추진한 콘텐츠펀드 출자사업이 흥행에 실패했다. 문화콘텐츠 업계 불황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타 출자기관에 비해 낮은 출자비율과 높은 결성목표금액 등이 운용사들에 펀드레이징(자금모집)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5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산은이 지난달 공고한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 출자사업의 기술심화 분야에 지원한 운용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산은은 오는 4~5월 모집공고를 다시 게시할 전망이다. 현재 일부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출자수요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는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콘텐츠·미디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정부 재정으로 800억원을, ▲중소기업은행 ▲한국방송공사(KBS) ▲중앙그룹 컨소시엄(SLL) ▲CJ ENM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이 비재정 모펀드로 600억원을 출자한다. 지정출자자인 산은은 200억원을 투입한다.


출자부문은 크게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 등 2가지로 나뉜다. 블라인드펀드는 세부적으로 지적재산권(IP) 확보와 기술심화 등으로 분류된다. IP확보 분야와 프로젝트펀드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기술심화 분야는 산은에서 주관하고 있다. 블라인드펀드는 지난 5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고 프로젝트펀드는 재원 소진까지 수시 접수로 진행하고 있다.


기술확보 분야의 저조한 참여율을 놓고 업계는 민간 유한책임투자자(LP) 확보가 어려워진 업황에 더해 펀드레이징 난도를 비교적 높게 수립한 영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한국벤처투자는 K-콘텐츠·미디어 전략펀드의 위탁운용사(GP) 선정계획이 올라온 2월 모태펀드(문화·영화·특허 계정) 2025년 1차 정시 출자사업을 개시했다. 모태펀드의 문화계정 신기술 분야는 산은의 출자사업과 달리 2곳의 운용사를 뽑는 자리에 12곳이 몰리면서 경쟁률 6대 1을 기록했다.


기술심화 분야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방송영상 콘텐츠·미디어 산업 관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 ▲방송영상 콘텐츠·미디어 산업 관련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 ▲첨단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국내 방송영상 콘텐츠·미디어 프로젝트 등이다. 신기술 분야의 주목적 투자대상은 ▲신기술을 적용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중소·벤처기업 또는 프로젝트 ▲공연, 영상, 게임 등에 반영하는 기술 관련 중소·벤처 기업 또는 프로젝트 등이다.


비슷한 투자대상을 다루지만 두 출자사업이 상반된 결과를 보인 요인으로는 출자요건 등이 꼽힌다. 모태펀드는 신기술 분야의 출자비율을 최대 60%, 펀드별 결성목표금액을 375억원으로 정했다. 타 출자분야도 출자비율 60%, 펀드당 결성목표금액 500억원을 넘지 않고 있다. 반면 산은의 기술심화 분야는 출자비율을 40%, 운용사별 결성목표금액을 1000억원으로 설정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콘텐츠·미디어 기술 관련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출자심리가 위축돼 있다"면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금융과 산은의 K-콘텐츠 미디어 전략펀드 출자사업이 모태펀드(한국벤처투자)의 유사 출자사업과 시기가 맞물리자 운용사들이 출자비율이나 결성목표금액 등을 고려해 전략적 선택을 내린 셈"이라고 말했다.


성장금융의 IP확보 분야도 목표결성금액에 따라 지원사 수가 갈렸다. 2곳을 선정해 각 63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하는 리그에는 5개사가, 1곳을 낙점해 1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하는 리그에는 2개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IP확보 분야의 출자비율도 기술심화 분야와 동일하게 40%이지만 관련 시장에서 IP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1000억원 리그에 일부 운용사들이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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