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포함한 콘텐츠 사내독립기업(CIC)의 분사를 추진 중이다. 콘텐츠CIC 출범 이후에도 좀처럼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다음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업계에서는 다음이 또 하나의 실패한 포털로 전락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구글과 MS 빙 등 글로벌 검색 엔진들이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검색 기술을 앞세워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와 분리된 다음이 AI 기술 등을 재빠르게 적용해 유의미한 성장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분사 결정이 다음 부활의 신호탄이 될지, 카카오의 군살빼기 전략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1995년 선보인 검색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은 한메일(Hanmail), 다음 카페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2000년대 초반 국내 검색엔진 시장을 이끌었다. 약 30년이 지난 지금 다음의 현주소는 '3% 미만'의 점유율이다. 인터넷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2.45%에 그쳤다. 구글(26.4%)에 2위 자리를 내준지는 오래고, MS 빙(3.18%)에게도 추월당했다.
매출도 지속적으로 감소중이다. 다음과 카카오스토리 등을 포함한 포털비즈 부문은 지난해 매출 332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3.5% 감소한 수치다. 최근 5년 간 매출은 ▲2020년 4779억원 ▲2021년 4925억원 ▲2022년 4241억원 ▲2023년 3443억원 ▲2024년 3321억원으로 우하향 중이다.

일찍이 업계에서는 국내 검색 시장의 경쟁 구도가 네이버·다음 양강 구도에서 다자간 경쟁으로 재편됐다는 분석이다. 생성형 AI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검색엔진'으로 구글, MS 빙, 퍼플렉시티 등 글로벌 AI 검색 플랫폼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무섭게 넓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네이버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으며, MS 빙은 AI 비서 '코파일럿' 적용 이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생성형 AI 기술 등장으로 기존 검색 엔진 사용 횟수가 현재 수준 대비 25%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네이버는 AI 검색 서비스 'Cue:'를 연계한 'AI 브리핑' 출시로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입장이다. Cue:는 하이퍼클로바X 기반에 ▲추론 ▲검색 계획 ▲도구 사용 ▲검색 기반 생성 기술을 결합한 AI 생성형 검색 서비스다. 빅테크의 AI 검색엔진과 유사하게 키워드 방식을 넘어 사용자 의도와 맥락을 이해하여 최적화된 검색 결과를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를 활용, 발전시킨 'AI 브리핑'은 오는 27일 출시가 예정돼있다.
다음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2023년 다음 CIC로 출범 이후에도 트래픽과 실적이 여전히 저조하자, 다음 내부에서도 생성형 AI 기반의 대화형 검색서비스에 대한 기술적·사업적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논의는 기획단계 중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방법을 예측하는 '유저 시나리오' 단계까지는 진행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다음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검색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9년 만에 앱 개편에 나섰지만 하단에 4개 탭(홈·콘텐츠·커뮤니티·쇼핑)을 전면 배치하는 등에 그쳤다.
결국 다음의 추락은 'AI 혁명'에 대응하지 못한 탓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루 늦으면 몇 년의 격차가 생기는 게 AI 업계"라며 후발주자들의 성공 확률에 회의감을 내비쳤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서비스와 관련된 인력은 300여명이다. 카카오가 그룹사 잔류 등 선택지를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인력 조정이 예상된다. 조직 내에도 자체 개발 인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인 상황이다. 분사 이후 다음의 앞날이 어두울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카카오 측은 분사가 곧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사 이후 계열사로써 (카나나와 같은) 카카오 서비스 모델의 활용도 가능하다"며 "콘텐츠CIC도 내부 개발자들이 있는 만큼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적용하는 등의 의사 결정이 빠르고 수월하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익과 비용도 자체적으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공격적이고 자율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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