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신협중앙회(신협)가 최초로 추진 중인 벤처캐피탈(VC) 대상 출자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확정한 가운데 이들을 상대로 운용사 실사를 한 차례 더 집행한다. 통상 우선협상대상자들이 대부분 최종 위탁운용사(GP) 자격을 획득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을 띤 데는 내부 이견이 발생한 결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절차 탓에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VC업계에 따르면 신협은 지난달 진행한 출자사업에서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에이에프더블유파트너스(AFWP) 등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신협은 각 운용사에 200억원을 출자해 총 6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결성할 전망이다.
앞서 신협은 제안서 접수 마감 이후 정량·정성평가를 포함한 1차 심사에서 ▲LB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AFWP ▲DSC인베스트먼트 ▲카카오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 적격 후보자 명단(숏리스트) 6곳을 추렸다. 이후 투자금융본부에서 꾸린 선정위원회는 6개사를 대상으로 2차 심사(구술평가)를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 3곳을 뽑았다. 선정위원회는 외부인사 4명과 내부인사 3명 등 총 7명으로 이뤄졌다.
이상한 점은 이들 우선협상대상자 3개사가 내달 2일 여신투자심사위원회가 주관하는 심사를 또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최종 GP 지위를 취득하는 게 일반적인 만큼 신협의 이번 출자사업 절차는 예외적이라는 평가다. 같은 달 10일 신협은 여신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출자 대상자들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신협이 중복 심사를 실시하는 배경은 조직 내 알력으로 확인된다. 신협 중앙본부의 부문은 총 8개로 나뉜다. ▲감독 ▲준법지원 ▲자금운용 ▲리스크관리 ▲공제 ▲여신투자심사 ▲금융소비자보호 ▲신협행복나눔 등이다. 현재 VC·사모펀드(PE) 등 대체투자상품 출자사업은 자금운용부문 투자금융본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본래 투자금융본부는 선정위원회의 평가를 토대로 최종 GP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여신투자심사부문 측에서 추가적인 심사의 필요성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내달 예정된 운용사 실사는 여신투자심사부문 산하 여신투자심사본부에서 맡는다. 조직의 심사권한을 주장해 타 부서의 사업 추진 과정에 간섭하면서 이중 검사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신협의 특수한 GP 선정 절차가 업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2차 심사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올랐어도 여신투자심사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면 기관으로부터 출자를 받지 못하는 구조"라면서 "업계 통념과는 맞지 않는 형태다 보니 막판에 변동이 생기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선정위원회에 참여한 외부인사 일부는 여신투자심사팀의 운용사 실사 이전 단계에서 자신들이 행한 심사 효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다.
벤처투자업계에 신규 유한책임투자자(LP)로 들어선 신협의 출자금도 여신투자심사위원회의 결과 발표로 언제든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우선협상대상자 3곳 중에서 특정 운용사가 탈락할 경우 신협은 새로운 운용사를 재선정하지 않고 최종 운용사에 한해 출자를 집행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혁신성장산업 신산업분야에서 3개사를 낙점해 펀드당 200억원을 출자할 구상이었으나 최종 실사 과정에서 운용사 한 곳이 떨어지면 두 군데에만 각 200억원을 출자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힌 3곳은 마지막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AFWP가 최근 정성희 전 대표이사를 사내이사에서 해임한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사안이 신협의 최종 출자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신협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AFWP가 제출한 자료를 통해 관련 소식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던 상태로 알려진다. 해임 사유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출에 지장을 주지 않았던 만큼 최종 선정에도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진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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