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엄밀히 보면 외국계"…거리두는 국내 PE들
고려아연·홈플러스 사태, PE업계 불만 고조…"업계 리더 역할 못해, 무책임"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국내 프라이빗에쿼티(PE)들도 MBK파트너스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이어 이번 홈플러스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사모펀드(PEF) 자체가 전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BK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외국계 펀드라며 토종 PE들 사이에서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사모펀드, 자본시장 '메기'에서 전 국민적 비판의 대상으로


국내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004년이다. 당시 정부는 IMF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에 휘둘리면서 토종 사모펀드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이에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듬해 보고펀드(현 VIG파트너스)를 비롯해 MBK, H&Q코리아,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의 운용사가 생겨났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말 기준 국내 PEF는 총 1126개이며 전체 약정액은 136조원에 달한다. 지난 20여년간 국내 PEF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자본시장에서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너 경영 중심의 거버넌스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회복시키고 재무적투자자(FI)로서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자본시장 내 역할과 별개로 그간 PEF의 대중적 인지도는 크지는 않았다. 더욱이 지난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개인이 투자하는 '일반 PEF'와 연기금 등이 투자하는 '기관전용 PEF'가 나눠졌다. 이에 MBK, 한앤컴퍼니, IMM 등의 PE들이 운용하는 '기관전용 PEF'는 전문성 등에 방점을 찍으며 사실상 그들만의 리그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지난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면서 PE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을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바라보면서 PE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서도 PEF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작년 말 금감원에서 PE 대표들을 모아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MBK가 경영권 분쟁이라는 새로운 투자 테마를 발굴하면서 국내 PE들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한국형 바이아웃 펀드'로 불리는 토종 PE들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협력자를 자처해왔다. 한앤컴퍼니가 SK그룹과 7건의 바이아웃 거래를 진행한 것처럼 대규모 기업집단과 손을 맞잡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간 기업은 PE의 투자·회수 과정에서 핵심 고객이자 전략적투자자(SI)였다. 하지만 MBK의 예상 밖 행보로 인해 기업에서 PE를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홈플러스 회생사태, 불에 기름 부어…"MBK, 토종펀드와 성격 달라"


MBK의 홈플러스 기습 회생신청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 회생신청 직전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점을 두고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 사모펀드 전반에 대한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가 국내 최대 대형마트였던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비교해 대중적 파급력은 훨씬 큰 상황이다.


이제는 국내 PE들 사이에서도 MBK에 대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라는 타이틀을 가진 MBK가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키면서 업계 전반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정치권에서 규제의 칼날을 들이밀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한책임투자자(LP) 대부분이 해외 기관인 MBK가 국내 사모펀드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는 점도 불만의 요소 중 하나다. 만약 이번 사태로 국내 출자기관이 사모펀드에 대한 출자규모를 줄이거나 조건을 강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는 건 결국 토종 PE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PE들 사이에서 MBK를 외국계 펀드로 봐야 한다며 거리를 두는 분위기도 느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MBK가 국내 최대 사모펀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업계 리더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부터 MBK는 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토종 펀드와 성격이 다른 MBK로 인해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도 사실상 외국인이고 MBK 펀드의 LP 역시 해외 기관이 대부분인 만큼 엄밀히 따지면 MBK는 외국계 펀드나 마찬가지다"며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토종 PE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MBK의 행동을 두고 국내 사모펀드 전반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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