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증권사'내우외환' 메리츠증권, 초대형IB 속도조절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정비부터 IMA 사업자의 인가 가이드라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 마련 등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증권사별 전략과 강점을 살펴보고 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대주주 적격성·내부통제 이슈 등 리스크 요소도 점검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메리츠증권이 자기자본 6조원대로 국내 6번째 규모의 증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초대형 투자은행(IB) 추진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원 메리츠' 체제 구축 후 밸류업에 그룹이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이화그룹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와 관련한 검찰 조사까지 이어진 영향 탓이다. 그룹 차원에서 실행한 홈플러스 부동산담보대출과 관련한 이슈도 악재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초대형 IB 지정 신청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은 '신중 모드'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 2023년 그룹 내 지배구조 개편으로 지주가 메리츠증권과 메리츠화재를 100% 지배하는 구조를 구축한 후 그룹 안정화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최근 금융당국이 초대형IB 지정과 관련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이슈를 지정 조건으로 검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부담이 무거워지는 부분이다. 최근 메리츠증권이 진행한 거래에 대해 검찰조사가 이뤄지거나 직원이 기소되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메리츠증권의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거래와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이화전기와 메리츠증권 사이에 있었던 BW 발행과 거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 밖에도 2023년 메리츠증권 IB본부 전 임직원들이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코스닥 기업의 사전 정보를 활용해 수십억 원의 사익을 취한 사실이 금융당국 감사에서 적발됐다. 2024년에도 부동산 PF 대출 관련 메리츠증권 소속 임직원 7명과 메리츠증권 전 본부장 박모 씨 등이 기소되기도 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보는 눈'이 많아진 상황도 메리츠증권의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하고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진행하는 등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메리츠가 자금회수를 위한 담보권을 실행하기에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후 6월까지 제출해야 하는 회생계획안에도 메리츠의 협조가 필요해졌다. 메리츠증권이 안정적으로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나 공익채권 보호를 챙기는 금융당국과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각종 이슈가 혼재해 있는 메리츠증권이지만, 추후 초대형 IB 인가를 받게 되면 이 라이선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하우스라는 평가도 따른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리스크가 높으면서도 충분한 회수 방안을 마련해 두는 관리 능력과 가장 빠른 의사결정 체계로 업계에서 인정을 받는다. 내부 투자심사를 통해 매주 그룹 내 사장단과 심사부가 참여해 투자구조에 대해서 분석하고, 조달구조를 보완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나눈다. 심의 단계를 거쳐 가장 마지막에 임원급 이상의 승인을 얻는 타사와 달리, 투자 디밸롭 단계에서부터 사장단이 참여해 투자결정을 내려 의사결정이 빠른 구조다.
초대형 IB의 취지는 기존의 은행대출 중심의 금융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메리츠증권은 틀에 박힌 구조의 딜보다 창의적인 구조의 자금조달 방안을 찾아내는 증권사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 특유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계열사와 연계된 자금 집행력이 초대형 IB와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발행어음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면 위험자본 투자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인사를 통해 IB본부에도 힘을 싣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이달 중 국내 증권사 출신 IPO 본부장을 영입한다고 알려졌다. IB을 담당할 인력도 약 30명 규모로 충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초 송창하 전무를 영입했다. 송 전무는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 출신이다. 메리츠증권은 송 전무의 기관투자자와의 견고한 네트워크를 인정해 신설한 기업금융본부를 맡겼다. 지난달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해 힘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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