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본 킥스 도입 예고'업계 최하위' MG손보, 필요 유증만 수천억
새로 규제가 만들어지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을 회사는 없다. 사회 안전망 역할을 맡아 규제에 익숙한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금융당국은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큰 틀의 방향성이 제시된 만큼 새 규제가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가져올 변화 등을 딜사이트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비율) 직접 규제에 따른 영향은 보험사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지나치게 낮은 보험사라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MG손해보험은 국내 보험사 중에서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가장 낮다.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를 받게 되면 MG손해보험의 기업 가치는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금융당국과 예금보험공사의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MG손보는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위탁을 받아 정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메리츠화재와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서 4차 공개 매각, 기존 보험사 계약이전, 예금보험금 지급 후 청·파산 등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의 기본자본 킥스비율(경과조치 적용 후)은 9.3%로 집계됐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이 한 자릿수를 보인 곳은 MG손보가 유일하다.
킥스비율은 보험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기본자본+보완자본)을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으로 나눠서 구한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으로 조달하는 보완자본을 제외한 기본자본만으로 산출한 값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MG손보의 요구자본은 8718억원이다. 가용자본은 기본자본 812억원, 보완자본 2968억원 등 모두 3781억원인데 요구자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킥스비율은 43.4%다.
MG손보는 매물로서 매력도가 높지 않았는데 회계제도가 IFRS17로 바뀐 뒤 기업 가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당장 지난해 4분기 무·저해지 보험 관련 계리적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킥스비율 하락이 예상되는데 새 규제 영향까지 더해지면 매력도는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직 금융당국과 예보가 MG손보의 정리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황이지만 4차 매각을 가정하면 킥스비율 하락과 업계 최하위 수준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인수자의 건전성 관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3차 매각 시도와 같이 예보가 자금을 지원하고 우량한 자산과 부채만 넘기는 자산부채이전(P&A) 매각 방식을 열어두더라도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해 3분기 기준 MG손보의 킥스비율을 금융당국 권고 수준(150%)으로 맞추려면 9000억원 이상의 추가 자본이 필요하다. 최근 금융당국은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에서 언급했던 대로 킥스비율 권고 수준이 10~20%포인트 하향된다고 하더라도 7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이 현실화한다고 하면 50%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약 3547억원의 추가 기본자본이 필요하다. 기본자본 킥스비율을 80%까지 높인다고 하면 유상증자 등으로만 6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기본자본은 보완자본과 비교해 자본확충 부담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기본자본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배당 축소, 순이익 확대 등으로 이익잉여금을 쌓는 방식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 도입에서 유럽, 캐나다 등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반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참고할 예정이다. 업계는 50~80%에서 의무준수 기준이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MG손보의 3차 매각 시도까지 좌절된 상황에서 킥스비율 등 자본 건전성 지표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재매각 추진 가능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킥스비율이 어느 정도 수준은 돼야지 매각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누가 나서서 떠맡지 않는 이상 재매각이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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