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현오너 2세 지분 정리…'저점 매수' 기다리나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코스닥 상장사 삼현의 후계자로 꼽히는 황승종 전무가 지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에 올라야 한다. 황 전무는 삼현 창업주이자 부친인 황성호 대표이사나 이 회사 최대주주인 동생 황희종 에이엔제이사이언스 대표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에서는 황 전무가 승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가 저평가 되는 시점을 기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가가 낮게 형성될수록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너 2세 형제, 2015년 주식 증여받아…차남 황희종 최대주주 등극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현 오너일가 4인은 총 68.7%의 지분율을 구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황희종 대표가 지분율 23.7%를 확보 중이며 ▲황 대표 16.7% ▲황 전무 15.3% ▲황 대표의 아내인 박기순 씨 13% 순이다.
삼현은 1988년 자본금 3억5000만원으로 출범했다. 회사 설립 초반 가장 많은 출자금을 납입한 것으로 파악되는 박기순 씨는 2013년 말 기준 삼현 지분율이 41.1%였다. 당시 황 대표(15.3%)와 황 대표 형제로 추정되는 황창호 씨(16.6%), 두 아들까지 총 5명의 오너일가가 이 회사를 100% 지배했다. 특히 황 전무(14.5%)는 동생(12.5%)보다 2%포인트(p) 더 많은 지분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2015년 모종의 이유로 차남인 황희종 대표가 삼현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박기순 씨가 두 아들에게 총 1만8000주(발행주식의 24%)를 증여하는 과정에서 장남이 아닌 차남에게 대부분을 밀어줬기 때문이다. 박 여사는 황 전무에게 4125주를 넘긴 반면, 황희종 대표에게 1만3875주를 줬다. 그 결과 황희종 대표의 삼현 지분율은 31%로 늘어났으며, 황 전무는 동생보다 11%p 낮은 20%에 그쳤다. 박 여사가 차남에게 힘을 실어준 구체적인 이유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삼현 오너 2세 형제는 모친의 주식을 증여받으며 각각 4억원, 12억원씩 납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황창호 씨는 2014년 자신 소유의 삼현 주식 10%(7500주)를 외부로 매각하면서 총 11억2500만원을 받았다. 이로 추산한 주당가치는 15만원이다. 아울러 황 대표는 당시 황 씨로부터 삼현 주식 나머지(6.6%)를 인수하며 지분율을 22%로 만든 바 있다.
◆ 차남, 신약개발 스타트업 운영…성과 도출까지 막대한 시간·비용 불가피
황희종 대표는 1989년생으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화학 석·박사 학위를 보유 중이다. 그는 병역특례요원으로 2015년부터 3년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DGMIF) 의약화학부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18년 11월부터는 삼현의 신약개발연구소 바이오사업부에서 일했다.
주목할 부분은 제조업 중심의 삼현이 기존 사업과 전혀 무관한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삼현은 2021년 6월 바이오사업부를 떼 내 '에이엔제이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인적분할 방식을 활용한 만큼 에이엔제이사이언스의 최대주주는 삼현과 동일한 황희종 대표이며, 삼현과의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에이엔제이사이언스의 신약개발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난치성 감염질환 치료제는 현재 Pre-IND(신약 개발 및 임상 계획 전반에 대해 논의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데, 임상시험개시계획(IND) 신청과 임상 완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또 에이엔제이사이언스가 기술 수출이 아닌, 상용화에 나설 경우 막대한 규모의 투자금 소모가 불가피하다.
◆ 황승종 전무, 부친·동생 주식 취득 전망
황 전무가 경영권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삼현 최대주주에 오르는 것이다. 황 전무 역시 지난해 3월 삼현의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상장 이후 최대주주 변경을 언급했다. 황희종 대표가 애초 바이오 회사를 이끌기 위해 독립한 만큼, 삼현 경영권에 대한 애정이 크지 않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황 전무가 부친으로부터 삼현 주식을 수증하거나, 동생이 소유한 주식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취득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물론 형제 간 증여도 가능하지만, 에스엔제이사이언스의 재무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블록딜 방식이 유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에이엔제이사이언스는 출범 이후 3년간 합산 매출이 0원이며, 누적 영업적자는 44억원이다. 2022년 말 기준 이 회사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그나마 2023년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재무 리스크를 해소했지만, 지속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하지만 삼현 주가가 고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주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삼현의 지난해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5배였으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36배로 나타났다. 통상 PER은 10배, PBR은 1배 이상이면 기업가치가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19일 삼현 종가(1만1680원) 기준 황 대표의 주식가치는 620억원이며, 증여세로는 약 310억원을 납부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9일 기록한 최저점(5960원)을 기준으로 보면 증여세는 158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황희종 대표의 주식가치는 876억원 상당인데,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경영권 프리미엄(20~30% 할증)을 고려하면 블록딜 규모는 최대 1140억원이다. 이를 5960원으로 재산정하면 최대 580억원으로 50% 가까이 줄어든다.
이와 관련, 삼현 측에 최대주주 변경 시점 등에 대해 물었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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