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 상품 계획 없지만 투자자 수요 따라 고려할 수 있어
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노우진 기자] 하락장에서 일정 부분 손실을 완충하고 상승장에서는 일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버퍼 상장지수펀드(ETF)를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아시아 최초로 상장되는 상품인 만큼 출시 전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 ETF를 오는 25일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미국 S&P500 지수를 구성하는 주식과 선물에 투자하며 옵션을 활용해 손실을 완충하는 구조다.
◆ '10%' 버퍼인 이유
Kodex 미국S&P500버퍼3월액티브는 S&P500 10% 버퍼 인덱스 시리즈를 비교 지수로 활용한다. 아웃컴기간 종료일 기준 약 10% 수준의 하락을 완충하는 걸 목표로 한다.
눈여겨볼 건 이 10%라는 숫자다. 버퍼 수준은 설계하기 나름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여러 운용사의 주도로 수많은 버퍼 ETF가 거래되고 있는데, 버퍼 수준은 5%부터 무려 100%까지 다양하다. 즉, 삼성자산운용이 10%로 설정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김선화 ETF운용팀장은 이에 관해 "과거 10년간 S&P500 지수의 연간 수익률을 관찰했을 때, 약세장으로 마무리된 해의 평균 하락률은 –7.5% 수준"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약 10% 수준의 하락 완충 장치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버퍼 ETF는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대신 수익률 역시 제한된다. 또한 손실 보전 폭이 클수록 기대 이익도 낮아진다. 따라서 적절한 버퍼 수준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낙폭은 제한적이고 리바운드 효과는 큰 S&P500 지수라면 더욱 그렇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를 감안해 과거 평균 낙폭은 방어하면서 최대한 상승 참여를 할 수 있는 선에서 버퍼 수준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시작은 기본 중의 기본부터
삼성자산운용은 최초로 출시하는 버퍼 ETF의 기초자산으로 S&P500 지수를 선정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S&P500 지수는 미국을 대표하는 지수로 투자자들의 핵심 포트폴리오로 활용된다. 즉, 기본 중의 기본인 것이다.
임태혁 ETF운용본부장은 딜사이트에 "글로벌 시장에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외에도 나스닥 지수나 러셀 2000 지수 등을 기반으로 한 버퍼 ETF가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S&P500 지수에 투자하는 투자자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에 이를 우선시했다"고 설명했다. 버퍼 ETF를 처음 출시하는 것이니만큼 최대한 많은 투자자가 이 기발한 도구를 만나보고 써보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옵션 시장의 규모다. 버퍼 ETF는 그 구조상 옵션을 다수 활용한다. 풋 스프레드로 완충 장치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상품을 구상할 때 옵션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임 본부장은 "버퍼 ETF에 있어서는 옵션 시장의 규모도 중요하다"며 "S&P500 지수를 선택한 것도 이를 기반으로 한 옵션 시장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 지수는 몰라도 섹터별 버퍼 ETF 등이 출시되지 않는 이유는 옵션 매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서도 있다"고 부연했다.
◆ 다른 버퍼 ETF도 만나볼 수 있을까
삼성자산운용이 버퍼 ETF 시장의 포문을 연 만큼 후속 상품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엄청난 인기를 끈 커버드콜 상품과 마찬가지로 기초자산, 아웃컴기간, 버퍼 수준 등을 달리해 다양한 ETF를 설계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버퍼 ETF 시장 규모가 큰 미국에서는 하나의 자산운용사가 시리즈로 상품을 선보이곤 한다. 가령 미국에서 처음으로 버퍼 ETF를 선보인 이노베이터는 S&P500 지수 외에도 나스닥 지수, 러셀 2000 지수는 물론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이머징마켓 등에 투자하는 버퍼 ETF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아웃컴기간이나 버퍼 수준 등도 다양하다.
임 본부장은 후속 상품 출시 계획에 관해 묻는 말에 "지금 당장은 준비하고 있는 게 없다"며 "처음으로 내놓은 버퍼 ETF이기에 이 상품을 잘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 이해도가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 수요에 따라 상품을 계속 선보일 수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