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리포트]
한화
삼남 김동선, 푸드테크 시너지 절실
한화그룹 로봇사업 성공 가능 여부, 아워홈 품은 김동선 손에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06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삼남 김동선 부사장(오른쪽)과 한화로보틱스 본사를 방문해 협동로봇 설명을 듣고 있다.(제공=한화로보틱스)


한화그룹의 승계와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계의 큰 그림은 두가지다. 실질적인 후계자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김동관·동원·동선 3형제의 안정적인 승계와 핵심 사업인 '방산·에너지' 중심의 그룹 재편이다. 삼형제가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면서도 김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화의 미래를 이끌어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김승연 회장이 건재하지만 최근 그룹 재편이 빨라지는 것도 그룹 지배구조를 안정화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향후 한화의 계열사 정리와 합병을 통한 승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한화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을 인수하며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아워홈은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로봇사업을 처음 적용해 볼 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기계부문 미래 전략을 이끌고 있는 김동선 부사장은 푸드(음식)와 테크(기술)을 결합해 로봇 사업의 초석을 다져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최근 반도체 장비계열사인 한화세미텍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를 SK하이닉스에 최초로 납품하는 등 경영 보폭을 넓히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아워홈, 퓨어플러스 등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현장 경영 등 외형 확장과 경영 능력 입증에 집중해 그룹 내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재계에 따르면 김동선 부사장이 맡은 사업 영역은 본래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유통과 레저사업으로 국한돼 있었다. 김 부사장의 역할이 로봇사업으로 확대된 건 2023년 10월 한화로보틱스가 출범하면서부터다. 


한화그룹은 로봇 전문 기업 한화로보틱스를 ㈜한화 모멘텀 부문의 자동화(FA) 사업부 중 협동로봇, 무인운반차(AGV)·자율이동로봇(AMR) 사업을 분리해 신설했다. 김 부사장은 한화로보틱스의 전략 기획 부문을 총괄하며 로봇 사업 경영에 발을 들였다. 김 부사장이 푸드테크 시너지를 내는 임무를 맡은 것도 이 시점부터다. 한화로보틱스에는 한화그룹의 외식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이 섞여있다. ㈜한화가 68%,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32% 보유했다. 


당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음식 조리와 시설 관리, 보안 업무 등 사업장 곳곳에서 로봇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공동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회사 한화푸드테크는 한화그룹 사업장 내의 외식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고, 한화로보틱스는 사람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협력하는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그룹에서 푸드테크 기술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한화로보틱스 출범 6개월 만인 작년 4월 김 부사장과 함께 한화로보틱스를 찾아 "로봇이 당장 구체적 성과를 내는 푸드테크를 시작으로 방산, 조선, 유통 등 그룹 내 여러 사업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룹의 로봇 사업이 첫 성과를 낼 곳으로 푸드테크를 콕 집어 언급했다.


문제는 한화그룹 내에 로봇 기술을 적용할 사업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외식 사업장은 한화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를 통해 수제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들여왔지만 점포 수가 10개 미만이다.


이에 김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를 통해 푸드테크를 강화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11일 아워홈 지분 58.6%를 869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영업현금흐름이 풍부한 한화비전이 인수주체에서 빠지면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독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음에도 김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를 강행했다. 


단체급식 사업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현재 사조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푸디스트는 원래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사업부문이었다. 아워홈은 단체급식 업계 2위 업체로 푸디스트보다 규모가 크다. 또 이미 주방 자동화 기술을 이미 일부 적용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 주체로 함께 하려고 했던 한화비전과 협업하며 이미 일부 사업에 로봇 기술을 도입하며 푸트테크에 시동을 걸고 있다. 부동산,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에스테이트부문은 건물 관리 목적의 보안로봇을 도입했다. 


한화비전은 원래 CCTV 제조를 주력 사업으로 성장한 곳이지만, 최근 카메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사람의 '눈' 역할을 대신하는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다. 한화로보틱스와 한화비전의 AI 비전 기술이 아워홈 사업장에 더해지면 로봇이 주방 일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 부사장이 유통과 식음료, 첨단 기술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만큼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그룹 내 6개 계열사에서 미래비전총괄로 겸직하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필두로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이다. 한화로보틱스의 경우 전략 기획부문 총괄로 재직했으나 최근 직함을 통일시켰다. 그룹 내 다양한 사업의 시너지를 통해 본격적인 외형 확대에 성공한다면 그룹 내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 분야로 경영 보폭도 넓히는 중이다. 김 부사장은 2월 10일 한화정밀기계가 사명을 변경한 '한화세미텍'의 미래비전총괄에 합류해 '무보수 경영'을 내세우며 신기술 투자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으로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던 TC본더 시장에서 퀄테스트(품질 검증)를 최종 통과하고 21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엔비디아 공급체인'에 합류하게 됐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와 방산, 금융 등 굵직한 산업군을 맡고 있는 다른 형제들과 대비해 김동선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사업은 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김 부사장 입장에선 푸드테크 분야에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 그룹의 한 축을 담당할 로봇 사업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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