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X세미콘이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고강도 관세 이슈와 중국 '이구환신' 정책을 중심으로 중국 매출을 확대하고, 핵심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 아이패드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공급망에 진입하는 등 실적 개선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또 이 회사는 당초 매그나칩 등 DDI 사업을 영위하는 동종 기업 인수를 적극적으로 고려했으나, 최근에는 인수 비용을 신사업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X세미콘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다시 1조원대에 진입했다. 중국의 이구환신 정책(중국 정부의 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이 시행되면서 침체했던 IT 제품 수요가 살아난 덕분이다. 이 회사의 중국 매출은 2020년 5154억원에서 2021년 8250억원으로 급증한 뒤,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역대급 '반도체 한파'였던 2023년에도 9198억원으로 매출이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X세미콘이 중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이엔드 DDI 사업은 사실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그렇게 높지 않지만, 특정 분야에서 요구되는 기술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다. LX세미콘이 그간 DDI 사업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수주를 많이 맡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LX세미콘의 중국 매출은 글로벌 세트사에 납품하는 중국 패널사들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도 기회로 작용하면서 중국 매출을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에 추가 관세를 물리면서 대중국 평균 관세가 45%까지 늘어난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대형 DDI 패널 재고를 쌓아놓으면서 LX세미콘의 DDI 수주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는 '사재기' 바람이 지속되면서 매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관세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LX세미콘은 현재 미국으로 직접 수출하는 제품이 없는 데다, 미국 정부가 완성품(세트)을 기준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회사 한 관계자는 "글로벌 세트사들이 관세 부담으로 인해 DDI 등 부품 단에 가격 인하 압박을 가한다고 해도, 당장 실적에 반영되지 않고 차차 약하게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애플이 올해 출시할 예정인 아이패드용 OLED DDI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동안 이 시장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독점적으로 공급해왔으나, 올해는 LX세미콘도 물량을 배정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회사 측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최근 대만 노바텍에 뺏겼던 애플 스마트폰용 DDI 수주 매출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LX세미콘으로부터 100% 공급받던 애플 스마트폰용 DDI를 제조 원가 절감을 위해 대만 노바텍을 신규 벤더로 추가한 바 있다.
애플은 일반적으로 제품군별로 공급 업체를 다변화하기보다는 단독, 혹은 두세 개의 벤더만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LX세미콘이 아이패드용 DDI도 납품하게 될 경우 생산량을 상당 수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아이패드 패널 하나당 DDI가 약 6대 탑재된다. 만약 이번 아이패드 신제품이 작년 모델의 반만 출하된다고 가정해도, 기존 레거시 모델에 납품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LX세미콘의 DDI 생산량이 3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DDI 외의 매출군 다변화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LX세미콘은 MCU와 차량용 방열기판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당초 신사업으로 함께 추진하려 했던 전력반도체(SiC)의 경우 방열기판 고객사들과 사업 영역이 겹칠 우려가 있어, 내부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지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사업이 캐시카우로 자리잡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MCU의 경우 LG전자 등 가전 업체에 수주를 받아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나 회사가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늘어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다. 방열기판의 경우 올 2분기부터 양산 매출이 인식될 예정이나, 이 또한 자동차 고객사와의 추가적인 협업 등 성장 동력이 없다면 당장 눈에 띄는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당초 회사 차원에서 인수합병(M&A)를 모색했던 시스템 반도체 기업 매그나칩에 대한 관심도 많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매그나칩이 DDI 사업부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동종 기업인 LX세미콘이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X세미콘이 매그나칩을 인수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간 관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이 회사가 최근 들어 신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가 강해지다보니, 굳이 기존에 영위하던 DDI 사업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비용을 들여 매그나칩을 인수하는 것은 자신들의 성장 방향과 맞지 않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편 LX세미콘은 LX그룹에 편입된 이후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급증했으나, 2023년 반도체 한파를 겪은 이후로 고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942억원이었던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계열 분리가 이뤄진 2021년 3696억원, 2022년 3106억원으로 급증했으나 지난 2023년 수요가 급감하면서 1290억원으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는 1670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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