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성공한 서울보증보험우여곡절 증시 데뷔…주가 관리 숙제

[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서울보증보험은 조단위 몸값을 인정받았지만 굴곡진 상장 절차를 밟아야 했다. 대규모 배당을 약속했지만 공모주 전량을 구주매출로 모집하는 등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 탓에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털어내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이 상장을 강행한 만큼 향후 주가 관리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17일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첫날인 지난 14일 공모가(2만6000원) 대비 23.1% 상승한 3만2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어 이날도 0.94%(300원) 상승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에서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한 주가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다.
서울보증보험은 상장을 앞두고 진행한 일반투자자 공모청약에서 경쟁률 7대 1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청약증거금은 2000억원으로 비슷한 시기 청약을 진행한 씨케이솔루션(3조7000억원), 한텍(6조2000억원), 티엑스알로보틱스(4조2370억원) 등과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앞서 진행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도 미온적 반응이었다. 1500개에 이르는 기관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2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비교적 흥행했지만 81%에 이르는 1230개 기관이 희만공모가액(2만6000~3만1800원) 중 하단인 2만6000원에 주문을 넣었다. 확정된 공모가 2만6000원 기준 서울보증보험의 시가총액은 1조8154억원이다.
서울보증보험은 2023년 추진하고 있던 기업공개(IPO)를 철회하고 2년만에 재상장을 추진했다. 당시 희망공모가액 밴드는 3만9500~5만1800원이었는데 이번 IPO에서 35~38% 하향조정하며 기업가치 할인폭을 키웠다. 비교그룹도 기존 해외보험사인 미국 트래블러스(Travelers)와 프랑스 코페이스(Coface)를 제외하고 현대해상을 추가해 국내 기업으로만 구성했다. 또 공모주주들이 곧장 2000억원을 배당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장친화적 접근을 계속했다.
하지만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는 평가다. 해외기업을 비교그룹에서 제외하고 진행했던 수요예측에선 외국인투자자들의 주문 비중이 타 종목 대비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보증보험의 수요예측에 참여한 외국인투자자의 경쟁률은 주관사 거래실적 유무에 따라 각각 8.98대 1, 7.47대 1을 기록했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더즌(13.84대 1, 32.35대 1), 아이지넷(18.98대 1, 33.16대 1), 모티브링크(18.09대 1, 17.23대 1), 한텍(64.48대 1) 등과 비교하면 경쟁률이 낮았다.
업계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의 외국인투자자 주문 경쟁률 부진 원인으로 불안한 국내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보증보험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국내기업이 비교그룹으로 남고 비상계엄으로 정국 혼란이 가중되며 주문을 넣기 어려웠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서울보증보험의 성장 잠재력이 이미 박스권에 들어와 있다는 인식도 외국인투자자의 투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베트남과 몽골 등에 한국형 보증보험을 보급하는 등 글로벌 사업 역량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장규모 자체가 열위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성장 잠재력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서울보증보험은 상장 후 주가 관리에 대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공모가를 희망공모가액 상단으로 확정한 기대주도 상장 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LG CNS다. 공모가 최상단인 6만1900원으로 출발했지만 이날 종가 5만1700원을 기록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첫 '따따상' 종목으로 기대를 모앗던 위너스 역시 코스닥에서 거래 첫 날 공모가(8500원) 대비 300% 이상 오른 3만9400원을 기록했지만 이날 1만9510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증시 변동성 확대로 주가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 만큼 서울보증보험도 주가 관리에 신경써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은 증시 상장의 목적이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에 있는 만큼 오버행 등 주가 하락 우려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성장이 제한적인 국내 시장에서 주가 흐름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글로벌 경쟁력 입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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