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LG전자가 휴머노이드 연구 개발에 착수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로봇 기업 인수 등 휴머노이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는 한참 뒤처져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미국이 휴머노이드 상용화에서 한발 앞서가는 상황인 만큼 국내 기업들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휴머노이드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고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도 그중 하나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 1월 CES 2025에서 "로봇 사업은 Certain Future"라며 "가사 로봇, 가사 휴머노이드, 로봇타입드 가전 등 다양한 콘셉트로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LG전자는 휴머노이드 관련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봇선행연구소는 최근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를 연구 목적으로 구입했다. 자체 개발한 양팔 로봇을 토대로 여러 실험을 진행 중이며 연구의 일환으로 유니트리의 로봇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로봇선행연구소는 AI를 기반으로 양팔 로봇이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 하며 학습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손으로 음료수를 잡고 다른 손으로 테이블을 닦거나 정리하는 작업, 전자레인지로 간편식을 조리하는 등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여러 로봇 업체들과 협력에도 나섰다. LG전자는 최근 AI 기반 상업용 자율주행 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총 51%를 확보했다. 향후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해 상업용 로봇 사업을 이전할 계획이다. 또한 2017년부터 로보티즈에 9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로보티즈는 자율주행로봇 '개미'와 로봇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다이나믹셀'을 개발한 회사로, LG전자와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
그러나 LG전자의 휴머노이드 개발이 아직 선행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도 아직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한 개발 단계에는 이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봇 분야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종착역과 같은 기술"이라며 "관련 기술들을 선행 연구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이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 중 하나임에도 LG전자와의 협력은 자율주행 분야에 한정된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보티즈는 휴머노이드의 모든 관절에 대응 가능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나사와 디즈니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 구글이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및 피지컬 AI 프로젝트에도 다이나믹셀이 사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연구 개발을 시작한 단계인 만큼 로보티즈 액추에이터를 테스트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LG전자와 로보티즈는 자율주행 부분에서 협업하고 있는데 앞으로 기술 고도화에 나선다면 로보티즈 액추에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LG전자도 당장 액추에이터를 자체 개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내재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분이 있는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는 게 LG전자에도 이득"이라고 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은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휴머노이드 시장은 미국과 중국 업체로 양분돼 있다. 일례로 CES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함께 무대에 오른 14개 파트너사 로봇 중 4개가 미국 업체, 6개가 중국 업체였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향후 10년 내 최대 60조달러(8경7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한국도 신속히 대응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iM증권 이상수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빠르게 휴머노이드 제품을 공개하거나 양산 일정을 앞당기는 것도 중요하다"며 "향후 국내 업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 이후를 고민한다면 제품 가격 경쟁력을 위한 부품 생태계 확립 및 피지컬 AI 연구 개발 인력의 안정적인 수급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은 단계별 접근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공장에서 먼저 휴머노이드를 사용한 후 상용화·고도화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제조업 국가인 만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휴머노이드를 상용화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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