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키우는 증권사
초대형 IB·IMA·종투사 각축전…수익 다각화 초점
금융당국 제도 개편안·가이드라인 발표 임박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초대형 투자은행(IB)과 발행어음,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자,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정비부터 IMA 사업자의 인가 가이드라인을 밝히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 마련 등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딜사이트는 증권사별 전략과 강점을 살펴보고 인가에 걸림돌이 되는 대주주 적격성·내부통제 이슈 등 리스크 요소도 점검해 본다.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업 신사업 인가에 청신호를 켜면서 각 증권사도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제도 정비에 돌입하고, 신규 초대형 투자은행(IB)도 지정할 예정이다.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업무를 개선해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증권사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에 각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신사업 인가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초대형 IB나 IMA 사업자로 지정될 경우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수익 개선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최근 브로커리지 수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수익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기조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 2023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대두되면서, 증권사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 방안을 찾고 있다. 부동산PF와 브로커리지 수익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기업금융(IB)·리테일 부문을 강화해 수익을 키워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인가 신청 앞둔 증권사…TF 구성해 레이더 가동


국내 증권사 중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곳은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등이다. 초대형 IB 인가를 취득하면 만기가 1년 이내인 어음의 발행·할인·매매·중개·인수·보증업무 등 '단기금융 업무'를 할 수 있다. 대규모 자본을 바탕으로 기업들에 더 많은 신용공여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헤지펀드 지원 등의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가장 대표적으로 발행어음 발행이 장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발행어음 발행 규모의 약 2%가 증권사의 순익으로 잡힌다"고 밝혔다.


현재 초대형 IB의 자기자본 기준인 4조원을 넘겨 초대형 IB 인가 자격을 충족한 곳은 키움증권,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다. 이 중 키움증권과 하나증권, 메리츠증권이 초대형 IB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불거진 금융사고 여파로 신사업 인가를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IB 중 삼성증권은 TF를 구성해 발행어음 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지만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신사업 진출에 2년간 제동이 걸리면서 이듬해 인가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최근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소돼 삼성증권은 발행어음 발행을 통해 모험자본 투자자금을 확보하면서 수익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초대형 IB 중 발행어음 인가를 받지 못한 곳은 삼성증권이 유일하다. 삼성증권의 자기자본은 6조9306억원으로 약 13조86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1호' IMA 사업자가 누가 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IMA 사업 운영과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1호 사업자' 자리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말 7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기자본 규모 10조원을 달성할 전망으로, 국내 최대 증권사였던 미래에셋증권을 앞질렀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9조 9012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 등 후발주자들도 자본 확충을 통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면서, 향후 IMA 시장을 둘러싼 대형 증권사들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운용하면서 원금을 보장하는 계좌로, 기업대출과 회사채 투자로 비교적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투자 범위가 넓고, 발행어음과 달리 자금 조달 한도 제한이 없어 증권사들의 적극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 초대형 IB만 IMA 사업을 전개할 수 있어, 대형 증권사들이 먼저 초격차를 벌릴 기회가 된다"며 "'IMA 1호 증권사' 탄생이 의미를 지니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래픽=딜사이트 신규섭 기자)

◆모험자본 투자가 초점돼야…은행계열 완화도 강조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초대형 IB나 IMA 사업자 인가를 받은 증권사들이 제도의 취지를 더 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업계에 모험자본 공급으로 혁신 성장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했다. IMA를 비롯해 새로 지정될 초대형 IB에 막중한 과제를 부여한 것이다.


이 원장은 "단기수익 중심 경영 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산업분야 발굴, 투자방식 확대, 장기적 관점의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IB가 지난해 초부터 9월말까지 발행한 발행어음은 총 4조619억원에 이르지만, 이들이 벤처기업·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은 774억원으로 단 1.9%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B에 단기금융 업무를 인가한 데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 지속적인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미래산업의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자금이 모험자본에 공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에 대한 제도 개선도 언급됐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의 경우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지나치게 조이면서 모험자본 공급의 역할이 위축되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증권업 특성에 맞는 범주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NH투자증권·KB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우리투자증권 등은 각 금융지주의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된다. 벤처 투자 등을 모험자본 투자를 확대할수록 RWA이 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해 모회사에 악영향을 준다. 비은행 계열 증권사들은 BIS비율과 무관한 만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바젤Ⅲ가 국제 기준인 만큼 기준 회피가 쉽지는 않아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견이 큰 사안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바젤Ⅲ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증권사에 맞는 범위 안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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