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다은 기자] LG헬로비전이 결국 5900억원 규모의 영업권을 전액 손상처리했다. 장기간 이어진 유선방송업계의 침체를 결국 이겨내지 못한 탓이 컸다. 회사는 '본업'의 질적 성장을, '부업'의 수익화 확대를 도모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LG헬로비전이 지난 6일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조1964억원의 매출과 1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다만 106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이어가게 됐다.
이는 5년 내내 이어진 영업권손상처리가 주효했다. LG유플러스가 2019년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며 발생한 영업권이 유료방송업계의 부진과 더불어 기업 가치가 떨어지며 재무건전성을 해쳤다. 회사는 인수 직후인 2019년부터 989억원의 영업권을 손상 처리했다. 이어 ▲2020년 3213억원 ▲2022년 600억원 ▲2023년 845억원의 영업권 손상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245억원을 추가로 인식했다.
결국 LG헬로비전의 '5892억원' 영업권은 모두 손상 처리됐다. 이로써 회사의 회계장부를 위협할 치명적인 영업 외 변동성은 줄게 됐지만, 실적 반등의 부담은 더욱 커진 셈이다. '본업'인 유선방송·통신사업의 지속적인 업황 부진으로 이를 통한 성장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회사의 고정비인 프로그램 사용료와 네트워크 사용료 부담은 지속되고 있어 수익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LG헬로비전은 매출 감소가 지속되는 와중 연간 프로그램 사용료와 네트워크 사용료가 각각 1600억원과 1500원에 달하며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일찍이 '부업'인 렌탈 사업과 스마트 단말 등 신사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 LG헬로비전은 2015년 방송·통신 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전제품 렌탈·할부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사업은 최근 IT기기 및 생활가전, 펫 가전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성장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렌탈 사업부문을 따로 분리해 매출을 공개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LG헬로비전은 렌탈 사업으로 ▲1분기 238억원 ▲2분기 312억원 ▲3분기 332억원 ▲4분기 323억원의 매출을 거둬들였다.
스마트단말의 경우 최근 정부가 AI 교과서 채택을 공식화한 만큼 성장폭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LG헬로비전은 지난해 12월 서울특별시 교육청으로부터 700억원 규모의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을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남 지역 학교 97곳이 올해 AI 디지털교과서 시범 도입을 결정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10일 열린 민생경제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말 기준 전국 학교의 AI교과서 채택률은 33.4%로, 올해 하반기 시도교육청이 협력해 내년도 AI교과서 확대에 대비한 인프라 점검·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라 밝힌 바 있다.
LG헬로비전은 방송통신사업은 질적 개선으로, 신사업에서는 수익화가 될 수 있는 부문에 주력해 수익성 확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송구영 LG헬로비전 대표는 신년사에서 "새해에는 질적 개선과 경영 효율화에 집중하는 한편 홈과 미래 사업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선택과 집중' 노선을 택할 방침이다.
LG헬로비전 관계자는 "질적 성장은, 가령 알뜰폰의 경우 기존에는 1만5000원 요금제로 많은 고객층을 들여왔다면 이제는 가격을 올리더라도 서비스를 고도화해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렌탈 사업은 계절성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궤도에 올랐다고 볼만큼 내부에서도 기대를 걸고 있다"며 "스마트단말 사업은 교육청 재량인 경향이 있어 수주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커머스 사업 등 부진한 사업 매각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앞선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사업을 접는다는 것보다는 잘 되는 걸 더 집중해 보겠다는 입장이다"라며 "제철장터 등 커머스는 수익성이 낮아도 지역 살리기 측면의 사회공헌적인 활동도 있어 매각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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