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민기 차장] "그동안 매년 기업들이 '올해는 진짜 위기'라고 외쳤지만, 2025년만큼 불확실하고 기업 내부 분위기가 안 좋은 적은 처음입니다. 올해는 확실히 다릅니다."
초(超) 불확실성의 시대다. 불확실성을 넘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짙은 안개가 대한민국을 감싸고 있다. 대한민국의 수장인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지도 3개월을 넘겼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기업들과 했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우려로 미국 증시는 폭락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 뒤를 바짝 쫓아오는 중국의 위협은 예상이 아닌 현실이 돼 버렸다.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와 압박감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올해 1분기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더 악화될 전망이다. 상장사의 70%는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어닝쇼크가 예상되고, 하반기에도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다. 금리 인하 속도의 조절 부재와 소비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 순이익 축소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는 커지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구조적 문제와 중국의 물량 공세, 미국의 압박과 글로벌 수요 위축 등으로 앞으로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희망이 기업을 압박하고 직원들을 패배감으로 몰아넣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정책 결정 성향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배터리3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의 기업에 전이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힘을 쏟는 게 중요하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기업들은 당장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고 현금 보유 비율을 높이는 보수적인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직원들을 내보내고 설비투자를 줄인다. 불안감에 직원들은 위축되고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도전과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줄인다.
이는 결국 장기적인 성장성과 수익성 둔화로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효율성과 재무적 수치를 위해 당장 단기 처방에 힘을 쏟는다면 기업의 상태는 나아질지 모르지만 오히려 기업의 본질은 악화될 우려가 크다. 당장 실적이나 성과로 드러나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업의 본질인 기술력과 제품력, 경쟁사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 개발이 불확실성을 돌파하는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회사가 힘들다고 직원들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내부 단결에 힘을 모을 때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1977년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John Kenneth Galbraith)가 '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Uncertainty)'라는 저서에서 처음 소개됐다. '사회를 주도하는 지도 원리가 사라진 불확실한 시대', 기존의 가치와 신념이 무너지고 이성과 합리성에 근거한 사회적 담론마저 흔들리는 시기로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현재 기업들에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확실'한 수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과 '확신'이다. 직원들의 불만과 불안이 무기력과 패배감으로 이어지는 순간 불확실한 시대에서 기업이 망하는 건 한순간이다. 직원들에 대한 믿음,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불확실성을 돌파할 무기다. 모두가 흔들리고 주저할 때 끝까지 확신하고 밀고 나가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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