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오아시스가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티몬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구체적인 인수 조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아시스가 한때 조 단위 몸값을 기록했던 티몬을 수백억원 안팎의 헐값에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현재 시장에서는 오아시스가 제시한 '정량적 조건'은 물론 국내 이커머스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기록하며 쌓은 운영 노하우와 같은 '정성적 조건'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아시스는 이달 6일 티메프의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EY한영)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한다. 티메프에 대한 원매자를 물색해온 EY한영 오아시스를 티몬 인수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EY한영은 다음주 중 매각 공고를 내고 공개입찰 과정을 거쳐 내달까지 최종 인수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티몬의 매각은 조건부 인수예정자를 두고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추진된다. 오아시스는 티몬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부여받고 향후 공개입찰 과정에서 타 업체들이 제시한 조건을 공유받는다. 또한 오아시스는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있다면 기존 조건을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가장 좋은 인수 조건을 제시한 업체가 티몬을 인수하게 되는 식이다.
앞서 EY한영은 실사 조사보고서를 통해 티몬의 청산가치가 136억원으로 계속기업가치인 마이너스(-) 929억원보다 높다고 판단했다. 티몬의 자산총계 703억원에 그치는 반면 회생채권은 1조91억원에 달하는 탓이다. 회생채권 가운데 '판매자 상거래채권'이 5955억원으로 약 60%에 달하는 점도 압박이다. 이는 티몬이 영업을 이어나간다고 해도 셀러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오아시스가 제시한 인수 조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조건이 공개되진 않은 상태지만 시장에서는 인수가격이 청산가치 136억원과 계속기업가치 929억원 사이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청산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만 해도 채권단들은 그대로 회사를 청산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매수자인 오아시스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금액을 써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들도 함께 나온다.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오아시스는 조 단위 몸값을 자랑했던 티몬을 헐값에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수백억원의 투자로 티몬이 가진 인지도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되며 1조원에 달하는 부채도 탕감시킬 수 있는 셈이다. 실제 2010년 국내 최초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설립된 티몬은 2016년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2021년 하반기 증시 입성 계획을 공식화하는 과정에서 티몬은 네이버와 피어그룹으로 묶이며 시장으로부터 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이번 티몬 인수전에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CC, 중핵그룹)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최소 2곳의 국내 기업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372억원, 이익잉여금이 509억원으로 실탄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인수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될 경우 티몬을 인수하더라도 상당한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
시장에서는 오아시스가 제시한 '정성적 조건'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이 회사는 인수금액 외에도 추가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아시스가 티몬 셀러와의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티몬의 지분이나 대규모의 시설투자를 약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지난 1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쌓아온 오아시스의 운영 노하우에 대한 채권단의 평가도 핵심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오아시스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이라는 점과 그간 보여준 성과와 같은 정성적 요인들이 높게 평가받아야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오아시스의 계획대로 티몬을 저렴한 가격으로 인수하면 상당한 사업적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오아시스는 "티몬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주부터 채권단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섰고 곧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게 될 예정"이라며 "티몬 셀러와의 상생부문은 인수금액 외에 복합적인 부분을 제시하며 고민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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