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기업 진단'사면초가' 더테크놀로지, 매출·시가총액 '뚝'
금융당국이 상장폐지 제도개선 방안을 공개했다. 이른바 '좀비 기업'을 빠르게 퇴출시키기 위해서다. 2029년까지 3년간에 걸쳐 시가총액 요건은 기존 대비 최대 10배, 매출액 요건은 최대 6배로 끌어올리는 게 주요 골자다. 이에 딜사이트는 금융당국의 강화된 요건을 기준으로 상장폐지 대상에 지정될 위기에 처한 기업의 현황과 향후 계획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더테크놀로지(옛 엑서지21)'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수익성 개선 목적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외형이 축소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가총액 급감하면서 내년부터 강화되는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실상 더테크놀로지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셈이다.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유동성 확보도 필요한데 현금 곳간까지 비어 있어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별도기준 매출액 23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공시했다. 전년(2023년) 대비 53% 감소했다. 수익성은 개선됐다. 영업적자는 49억원, 순손실은 131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46%, 53% 개선됐다.
매출 감소는 본업인 네트워크장비 시장 침체와 더불어 유통사업 부문에서의 수익인식 기준을 변경한 영향이다. 더테크놀로지는 유통사업 부문 수익인식 기준을 기존 총액에서 순액으로 변경했다. 기존의 경우 전체 거래금액을 매출로 인식했지만, 수수료 등 실질적으로 수취하는 금액만을 매출로 인식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결과로 해석된다.

더테크놀로지는 이달 제출 예정인 2024년 감사보고서에서 매출을 확정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별도기준 연매출 30억원 또는 분기 매출 3억원을 충족하지 못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2년 연속이면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매출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내년부터 강화되는 또다른 상장 유지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낮은 시가총액 탓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내년부터 시가총액 150억원에 미달하면 상장폐지된다.
현재 더테크놀로지 시가총액은 150억원을 밑돌고 있다. 지난 2월28일 기준 119억원으로, 지난해 11월 감자 결정 전 19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우하향 흐름을 보이면서 60억원가량 증발했다.

더테크놀로지는 상장폐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매출을 늘려야 한다. 최대주주인 멀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스닥 상장사 '시스웍' 인수에 나서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는 이유기도 하다.
그러나 시스웍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테크놀로지의 시스웍 인수 예정 지분율은 40%로, 시스웍 매출은 지분법손익으로 반영돼 순이익으로 집계된다. 지분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더라도 연결 재무제표로 인식된다. 사실상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사유를 벗어나기 위한 매출 확대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선 더테크놀로지가 게임 사업에 집중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초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온라인게임 개발 및 판매업, 온라인게임컨텐츠 제공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고, 게임 퍼블리싱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업무제휴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곳간이 비어있는 상황인 만큼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최근 더테크놀로지는 기발행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만기전 취득하면서 현금 곳간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이달 20억원어치의 22회차 BW에 대해 이자를 포함한 20억7520만원을 채권자 측에 지급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더테크놀로지가 보유한 현금은 약 29억원으로, BW 취득에 현금 대부분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BW의 미상환 잔액은 43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더테크놀로지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타개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만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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