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 타파' 롯데의 의지…'씽크탱크'에 첫 외부인사
서창우 대표, 에너지분야 전문 컨설턴트…케미칼 차세대 동력 찾기 맡길 듯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창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신임 대표 이력(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롯데그룹이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짜는 '씽크탱크'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자리에 첫 외부인사를 발탁했다. 과거의 순혈주의를 버리고 철저한 인재 중심의 인사를 하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로도 읽힌다. 시장에서는 새로 선임된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에너지분야 전문가임을 고려할 때 유통보다는 케미칼사업의 차세대 동력을 만드는데 적임자를 앉힌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가 외부인사를 과감히 영입하는 건 더 이상 어색한 그림은 아니다. 신 회장은 혁신을 강조하며 지난 몇 년간 고강도 쇄신인사를 단행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유통사업군을 이끌고 있는 김상현 부회장도 외부인사 출신이다.


다만 그룹의 중장기 포트폴리오를 짜기 때문에 그룹의 기밀까지 다 들여다보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 자리에 외부인사를 영입한 건 또 다른 의미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특히 롯데가 느끼는 위기감이 남다르다는 것을 방증하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린 뒤 비핵심자산을 처분하며 사업 포트폴리오에 큰 변화를 주고 있는 롯데가 변화에 대한 확고한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이달 27일 컨설팅 회사와 한화그룹에 몸담았던 서창우 전무를 미래전략연구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창우 대표는 롯데와의 접점이 '제로(0)'에 가깝다.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딜로이트컨설팅과 커니에서 2003년부터 18년간 몸담았고 2021년 한화그룹으로 옮겼다. 한화그룹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실장과 한화비전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며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전략을 짰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롯데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추진 전략 수립을 하는 곳이다. 2017년 별도의 법인으로 완전히 독립했다. 롯데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독립된 연구소인 만큼 다른 계열사와 달리 전략·컨설팅 분야 인재를 외부에서 적극적을 영입했다. 하지만 대표만큼은 롯데 계열사를 거친 사람을 앉혔다. 그룹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결정하는 곳인 만큼 그룹 내에서 어느 정도 검증된 '믿을맨'에게 자리를 맡겼다. 


전신인 롯데경제연구소에서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전환한 뒤 역대 대표를 역임한 인물들을 보면 이진성 전 대표는 2009년부터 롯데경제연구소 산업전략팀에서 일하다 2014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됐다. 2021년에 선임된 임병연 전 대표는 직전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를 역임했다. 직전인 안세진 전 대표는 롯데그룹 호텔군 총괄대표를 지냈다.


특히 이번 인사는 그 자체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올해 이뤄진 첫 대표급 수시 인사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작년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60대 이상 임원 절반을 물갈이하는 쇄신 인사를 단행하면서 앞으로 임원급 수시 인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처음으로 진행된 대표급 수시 인사로 서 대표가 발탁된 셈이다. 


서창우 대표의 이력을 보면 유통보다는 롯데케미칼의 재기를 위해 롯데그룹이 공을 들인 인사로 관측된다. 그는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던 시절 EPC, ICT 등 에너지, 기술 산업 분야의 컨설팅을 도맡았다. EPC는 공학기술(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의 약자로, 설계, 조달, 시공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ICT는 정보통신기술을 의미하며 정보기술(IT)과 통신기술이 결합된 개념이다. 


롯데케미칼은 작년 연결기준 영업손실 8948억원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롯데 입장에서 매출 비중으로 봤을 때 포기하지 쉽지 않은 핵심 계열사다. 작년 기준 롯데그룹에서 화학군이 차지한 매출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누적 적자로 롯데그룹의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는 2019년 8조4000억원에서 작년 6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익 감소분의 94.7%(1조8000억원)에 해당하는 책임은 화학군에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7일 발표한 IR 자료를 통해 롯데케미칼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은 범용 석화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차세대 고부가 제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원동력으로 롯데케미칼은 전지소재, 수소에너지를 낙점했다. 에너지와 기술산업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 서 대표가 롯데케미칼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릴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핵심자산을 매각하며 더 나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룹 단위에서 구성하고 있는 단계다"며 "이 과정에서 서 대표가 적임자라는 판단 하에 영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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