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수백억원 규모의 스몰딜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스몰딜을 주도하는 중소형 및 신생 프라이빗에쿼티(PE)들의 펀딩난이 심화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주요 출자자(LP)인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들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강화로 출자를 줄인 점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딜사이트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PE가 인수자인 바이아웃(경영권 이전) 딜 가운데 500억원 안팎의 스몰딜은 총 5건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제이더블유앤파트너스의 중우엠텍 인수(230억원) ▲원익투자파트너스의 내츄럴스푸드 인수(285억원) ▲핼리오스PE의 넷츠 인수(540억원) ▲VIG파트너스·인빅터스PE의 대원플랜트 인수(557억원) ▲기앤파트너스의 이노켐 인수(760억원) 등이다.
이는 전년과 비교하면 절반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2023년 PE가 인수자로 나선 바이아웃 스몰딜은 ▲케이스톤파트너스의 한성그린팩토리 인수(400억원) ▲제이앤PE·릴슨PE의 금남고속 인수(520억원) ▲브릭스인베스트먼트의 에이치디산업개발 인수(200억원) ▲오큘러스에쿼티파트너스의 에이씨알텍 인수(298억원)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의 샐러디 인수(450억원) ▲UCK파트너스의 수지스퀴진 인수(170억원) 등 총 9건이다.
스몰딜이 1년 새 급격하게 줄어든 배경에는 금융지주 산하 캐피탈사들이 작년부터 사모펀드(PEF) 출자를 줄이고 있는 영향이 꼽힌다. 블라인드펀드가 없는 중·소형 PE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이때 캐피탈사들은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중소형 거래에서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문제는 지난해 바젤3 도입으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관리가 엄격해지면서 RWA 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CET1 비율은 보통주 자본을 RWA로 나눈 수치다.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PEF 출자의 경우 RWA 가중치를 400%로 반영하는 만큼 CET1 비율을 낮추기 위해 출자를 줄인 셈이다. 특히 캐피탈 가운데서도 큰손으로 꼽혔던 신한캐피탈이 RWA 한도에 부딪히면서 출자를 상당히 줄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지난해 펀드레이징에 실패해 딜을 중단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못한 운용사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운용사의 경우 앵커LP를 확보했음에도 프로젝트펀드의 마지막 퍼즐을 담당하는 캐피탈사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하지 못하면서 끝내 딜을 중단하기도 했다. 좋은 딜을 소싱하더라도 자금줄이 막히면서 거래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유독 크레딧 시장이 호황을 이룬 점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RWA 관리 강화로 에쿼티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메자닌, 사모대출 등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커졌다. 실제 일부 캐피탈사의 경우 펀드 출자 대신 론(대출) 위주의 투자를 진행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스몰딜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기금·공제회 등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보수적인 기조 탓에 자금을 대형 PE들에 몰아주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몰딜을 주력으로 하는 PE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거래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이 출자 한도를 줄이다 보니 신생PE나 중·소형PE 들은 펀딩 마무리가 안돼 딜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통상 수백억원 규모의 딜을 진행할 때 여러 캐피탈사들로부터 10억~20억원씩 모아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론 위주의 투자 지침 탓에 캐피탈들이 좋은 딜에 출자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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