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지주 밸류업 새 바람
소통·주주환원 근본적 변화 모색…단기 주가보다 장기적 가치 제고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08시 34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4대 금융지주 전경 (제공=각 사)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이렇게 잘하는데 왜 진작 안 했을까?' 


최근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등 밸류업 정책 관련 기사를 쓰다가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금융지주 관계자 여럿에게 물어봤다. 밸류업 정책은 금융당국의 규제와도 맞물리는 사안이라서, 국부 유출 논란이 일 수도 있어서 등 다양한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지주 관계자의 답변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라 외부 제약이 컸다는 설명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당장 금융당국이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금융지주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던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부 주도의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지주에게 기회였을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명분이 생겼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는 높은 배당 성향과 안정적인 수익성에도 주가는 저평가받았던 만큼 기업 가치를 높일 기회가 절실했을 수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도입되고 1년 동안 금융지주들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밸류업에 나섰다. 많은 점이 달라졌다. 추가적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지난해 7월 우리금융지주를 시작으로 금융지주는 차례로 중장기 목표를 담은 밸류업 방안을 내놨다. 


당장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가 바뀌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이달 초 열린 IR에서 이전과 달리 개인 투자자의 질문을 별도로 받아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금융지주는 다가오는 1분기 실적발표 IR 때부터 개인 투자자의 질문을 선제적으로 받아 답변하기로 했다. 단순한 실적발표 자리였던 IR이 투자자와 소통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배당 정책은 투자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한층 진화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하나금융지주도 올해부터 분기 균등 배당을 한다. 여기다 KB금융지주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라 배당기준일을 기존 분기 말에서 배당금 확정 이후 날짜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지주의 밸류업 의지는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는 지난해만 못하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 등으로 해외 투자자의 이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밸류업의 궁극적 목표는 말 그대로 기업가치 제고에 있는 만큼 단기적 잣대로 금융지주의 밸류업 노력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다.


금융지주가 IR과 배당 정책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건 단기적 주가 상승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장기적 기업가치 상승을 끌어내기 위해서라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다. 주가는 흔들리지만 금융지주의 밸류업 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 금융지주의 밸류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 시장의 평가는 자연스럽게 달라지지 않을까.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기자수첩 986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