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은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종목의 비중을 줄이고, ETF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이러한 트렌트에 맞춰 새로운 ETF를 설계하고 상장한다. 딜사이트는 견실한 ETF 산업의 성장과 건전한 ETF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ETF 유튜브 채널 <ETF네버슬립>과 ETF 뉴스레터 <ETF네버슬립>을 운영하고 있다.

[딜사이트 심두보 기자] 미국 현물 ETF에서 계속해서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가장 큰 현물 비트코인 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에서 최근 5거래일(2월 19일~25일) 동안 유출된 자금은 1억 8060만 달러에 달한다. 두번째로 큰 비트코인 ETF인 Fidelity Wise Origin Bitcoin Fund(FBTC)의 유출 규모는 더 크다. 같은 기간 이 ETF에서는 무려 4억 125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3위부터 5위 비트코인 ETF인 Grayscale Bitcoin Trust ETF(GBTC)와 ARK 21Shares Bitcoin ETF(ARKB), Bitwise Bitcoin ETF(BITB)에서도 모두 같은 기간 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이탈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25일 하루 동안 현물 비트코인 ETF에서 10억 달러 이상이 빠져나갔다고 추정했다. 또 지난 6거래일 동안 약 21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되었다고도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유출 기록이다.

이 같은 최근의 이탈의 이유로는 리테일 중심의 거래와 헤지펀드의 트레이딩 전략 등이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글로벌의 책임자인 제프 켄드릭은 "디지털 자산은 지난 12개월간 기관 투자자들의 유입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리테일 투자자 중심으로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주식 및 채권과는 다른 특성이며, 리테일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을 견디는 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더 큰 고통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켄드릭 책임자는 비트코인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반에크(VanEck)의 디지털 자산 리서치 책임자의 매튜 시겔은 다른 요소에 주목했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로 알려진 인기 있는 헤지펀드의 전략 청산이 이번 자금 유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베이시스 트레이드는 현물과 선물 시장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으로, 일부 트레이더들은 비트코인 ETF를 이용해 변동성을 활용하거나 파생상품에서 숏 포지션을 헤지하는 데 사용해 왔다.

시겔은 "이 전략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수하는 동시에 비트코인 선물을 공매도하여 저위험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이라며 "최근 이 전략의 수익성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매력이 떨어졌고, 이를 활용하던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청산하면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도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ETF에 대한 롱 포지션을 축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2월 20일부터 26일(5거래일) 동안 2x Bitcoin Strategy ETF(BITX)를 2970만 달러어치 매수하고, 3663만 달러어치를 매도했다. 순매도 규모는 693만 달러다. 같은 기간 ProShares Ultra Bitcoin ETF(BITU)의 순매도 규모는 825만 달러로 나타났다. 이 두 ETF는 비트코인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에 해당한다.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던 현물 비트코인 ETF가 이제는 반대로 비트코인 가격의 뇌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특히 비트코인에 대한 확신이 크지 않은 신규 ETF 투자자들이 공포 매도(panic selling)에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심두보 기자 shim@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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